스포츠 외교2021. 5. 23. 12:16

[윤강로 스포츠외교관 에피소드 11(IOC올림픽평가위원/IOC Evaluation Commission Member 2008 경이로운 실사현장이야기/Beijing2008Part III)]

 

 

다시 시계를 돌려 2008년올림픽 최종 결선진출 5개 유치도시 실사 방문시절로 되돌아가 보자.

 

2008년 올림픽 유치도시의 IOC 총회에서의 설명회(Presentation) 순서는 무작위 추첨(random drawing)으로 결정하지만 유치도시 방문일정은 시간절약(time effective)과 항공 일정상의 방문 편의(for travel convenience sake)를 고려하여 잡는다. 보통 가장 먼 지역부터 시작하는 것이 관례로써 중국의 Beijing2008, 일본의 Osaka2008, 캐나다의 Toronto2008, 터키의 Istanbul2008, 그리고 프랑스의 Paris2008 순서로 방문이 짜였다.

 

IOC 평가위원 개별 항공 일정 등이 IOC 사무국과 상호협의 하에 정해진 후 비즈니스클래스 왕복항공권이 사전에 지정항공사를 경유하여 지급되었다.

 

모든 IOC 평가위원들에게는 가장 먼 거리였지만 필자에게는 가장 가까운 거리인 베이징에 도착한 날짜는 2001 221일 오후였다. 대한항공 직항 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베이징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중국 당국에서는 필자를 최고 VIP급으로 분류하여 일반 출입국 수속 대를 통하지 않고 번쩍이는 신문기자 카메라와 TV카메라 세례를 한편 받으면서 또 트랩까지 마중 나온 투밍대(Tu Mingde) 중국 올림픽위원회 사무총장을 비롯한 Beijing2008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의 안내 겸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다른 IOC평갸위원들과 함께 공항 귀빈실로 모셔졌다(?).

 

(베이징 국제공항 트랩까지 마중 나온 Tu Mingde 중국 NOC사무총장<우측 1>, 필자<우측 2>, 필자 바로 뒤에 Wei Jizhong 중국 NOC부위원장 겸 OCA경기분과위원장 등 중국 Beijing2008유치위원회 관계자들)

 

 

중국 특유의 귀빈 접대를 받으면서 TV 인터뷰를 마치자, 간이 공항입국 수속절차를 대리로 끝내고 필자의 짐을 찾은 뒤 곧바로 공항 귀빈 주차장에 준비된 고급 승용차로 안내되어 중국여성 의전요원이 자동차 앞자리에 수행 자격으로 앉고 필자 옆자리에는 투밍대(Tu Mingde) 중국 올림픽위원회(COC) 사무총장이 동석하였다.

 

중국 공안에서 배려한 듯한 에스코트 선도 차량이 필자가 탄 자동차를 인도하였다. 마치 중국 국빈이 된 느낌이었다.

 

2000년 당시만 해도 한국 주재 중국대사관으로부터 1년짜리 중국 복수비자 발급대상은 장관급 이상이었다. 필자는 2000 1225일자로 Liu Qi 베이징시장 겸 2008년 하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공한을 받았다.

 

IOC 평가위원(IOC Evaluation Commission Member)인 필자를 중국의 심장부 국경에 정식초청하며, Beijing 체재 기간 동안 Host로서 성의를 다하겠다는 내용과 비자발급 편의 안내문이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

 

필자는 다음해 221일 베이징 도착이라서 2월 초순경 비자발급 신청을 할 작정으로 미루고 있었는데, 2월 중순 어느 날 한국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필자에게 예의를 차린 어조로 「중국 비자발급을 해드릴 테니 직접 오시지 마시고 직원에게 대신 심부름시키면 그 자리에서 발급해 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IOC실사방문을 마치고 출국 장에서 필자를 영송하는 중국 Beijing2008유치 응원 학생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에 체육회 지정 여행사 직원에게 부탁하였고, 말 그대로 당일 그 자리에서 비자를 발급해 주었다.

 

그것도 1년짜리 복수비자로. 여행사 직원 말에 의하면 한국인으로서 상당히 이례적이고 예외적인 예우라고 놀라워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숙소인 베이징 반점(Beijing Hotel)에 도착하고 안내된 방은 스위트(Suite)룸으로 VIP 용인 듯싶었다.

 

방에서 여장(travelling kit)을 풀고, 시간에 맞추어 동료 IOC 평가위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만찬 장으로 가서 다음날부터 진행될 평가실사회의에 대한 사전회의와 더불어 식사시간에 맞게 합류한 Beijing2008유치위원회 간부들과 상견례 겸 환담을 하였다. 다음날 아침 7시에 IOC 평가위원단 조찬 겸 내부회의에서 오전 830분부터 시작되는 첫 방문지 첫 브리핑 대비 전략회의였다.

 

Verbruggen 위원장은 개별 평가위원 소관 주제와 관계없이 18개 모든 항목에 걸쳐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많이 해줄 것을 주문하였다. 필자의 전공은 질문 그 자체였다.

 

필자는 그 당시까지 20여 년간 10개의 동·하계올림픽대회, 동·하계아시안게임, IOC 총회, ANOC 총회, OCA 총회 참석 등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고 몸에 밴 각종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역대 올림픽조직위 및 국제 스포츠 계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은 그야말로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무장된 사람이었다.

 

 (대한체육회/대한올림픽위원회 국제통으로 20여 년간 동하계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등에 빠짐 없이 한국선수단 섭외임원 겸 단장대행으로 각국선수단장회의에 단골회의대표로 활동하였다)

 

첫날 첫 회의 첫 주제부터 필자의 질문공세가 Beijing2008유치위원회 측 주제별 발제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나 보다.

 

두 번째 날 회의가 끝나고 저녁 리셉션장에서 미모의 중국여성이 필자에게 다가와서 2일간의 회의를 브리핑 룸 옆방에서 폐쇄회로 TV모니터를 통해 생중계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의 눈부신(?) 활약상에 경의와 감탄을 표한다고 하고 나서, 다음날이 그 여성의 주제발표 순서인데, 질문할 내용을 미리 귀띔해주고 질문을 하더라도 쉽게 다루어 달라는 요청 아닌 애교성 애원(?)이었다.

 

마음 약하고 부드러운(?) 남자인 필자는 그 여성의 주문대로 예상 질문내용도 미리 알려주고 질문도 쉽게 하였음은 불문가지였지만, 확인요망사항(Point of Clarification)은 집고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그 여성 프리젠터는 필자가 질문하는 줄 알고 볼멘소리로 다시금 전날 밤 약속한 바를 공개적으로 오픈하기도 하는 촌극이 벌어져 장내의 긴장된 분위기를 밝게 해 주기도 하였다.

 

회의 3일 차에는 강택민(장쩌민) 중국 주석도 예방하여 악수도 하고 환담도 하고 사진도 함께 촬영했다.

 

(중국국가 주석 궁에서 장쩌민 주석과 함께)

 

국빈급에게만 공개한다는 여름궁전(Summer Palace)과 천안문 근처의 자금성(Forbidden city) 성곽 망루에도 안내되어 올라가 기념촬영도 하였다.

 

(베이징2008현지 실사 기간 중 방문한 여름 궁전과 자금성 망루에서 IOC평가위원들과 함께)

 

올림픽 경기장 예정지 뿐만 아니라 교통통제센터, 기상센터, 수질관리센터, 첨단 디지털 센터 등등 모든 곳에서 올림픽 개최 열기가 펄펄 끓고 있었다.

 

(Beijing2008유치도시 현장 실사 방문 중인 IOC평가위원들/좌로부터 Francisco Elizalde 필리핀 IOC위원 겸 IOC위원후보선출위원회 위원장, Sergey Bubka IOC집행위원 겸 IOC선수위원장, Els Van Breda Vriesman네덜란드 출신 국제하키연맹<FIH>회장<추후 FIH회장자격 IOC위원선출>, 필자, IPC대표, Simon Balderstone호주 환경 전문가 등)

 

 

주제별 발제자들도 전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던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12억 인구 가운데 선별, 총동원하는 등, 발군의 영어 구사능력과 탁월한 지식 등에 힘입어 IOC 평가위원단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하였다.

 

필자는 중학교 시절부터 매일 아침 운동을 습관으로 삼아왔다. 태권도, 평행봉, 철봉, 달리기, 배드민턴, 팔 굽혀 펴기, 윗몸일으키기, 체조, 단전호흡 등을 즐기는 편이다. 베이징에 체재하는 동안 아침 5시 반에 기상하여 호텔 내에 있는 아침 6시에 개장하는 헬스장(Fitness Center)으로 가서 스트레칭 등으로 몸 풀고, 러닝머신(영국: running machine/미국: treadmill) 위에서 30분 이상 달리기를 한 후 땀이 비 오듯 하면 나머지 정리운동을 하고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도 한 뒤 객실로 돌아와 샤워하고 일정에 임하곤 했다.

 

(인천동산고재학시절 평행봉 대에서)

 

유럽에서 중국까지 날아온 위원들이 대부분이어서 시차적응 등으로 아침 운동하는 위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날 아침에는 1988년 서울올림픽 장대높이뛰기(pole vault)의 세계기록 보유자인 「나는 인간 새」 세르게이 부브카(Sergey Bubka) IOC 집행위원 겸 IOC 선수분과위원장(우크라이나 NOC 위원장 겸직)이 헬스장(Fitness Center)에 등장하였던 것이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 운동에 임하였다.

 

헬스장(Fitness Center)에는 헬스 기구들 사이에 마침 실내용 짧은 거리 트랙(Track)이 구비되어 있었으므로 자연스럽게 부브카(Bubka)와 함께 주행하는 모양이 되었다.

 

한참을 도는데, 아무리 필자가 운동을 습관화해 왔다고는 하지만 세계육상선수권자와 보조를 맞추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나 한국인 특유의 오기와 집념으로 숨이 턱까지 차 올라왔지만 소리 죽여 입으로 내쉬면서 지친 기색을 표출하지 않은 채 끝까지 부브카 뒤를 따라붙자, 그제서야 부브카도 내심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2006년 서울 COEX개최 ANOC총회/IOC집행위원회 및 SportAccord회의 기간 동안 양평 소재 필자가 개장한 평산스포츠박물관을 방문한 Sergey Bubka IOC집행위원 겸 우크라이나 NOC위원장과 함께)

 

 

부브카는 잠시 멈추고 필자에게 다가와 「몸의 균형을 맞추고, 한쪽으로 쏠린 근육 밸런스(balance)를 위해 트랙 반대방향으로도 뛰자」고 제의하였다.

 

필자는 힘이 들었지만 쾌히 응하고 부브카 뒤를 다시 따라붙었다. 마치 「말아톤」을 하는 심정이었다.

 

「백만 불짜리 파트너」와 「끝내 주는」 운동을 한 셈이었다.

 

부브카는 정리운동을 하면서, 필자의 회의장에서의 활력적인 분위기 창출과 다양한 올림픽 관련 지식수준과 운동을 좋아하는 면이 모두 마음에 든다면서, 앞으로 IOC 평가위원 5개국 방문기간 동안 매일 아침 같이 운동하자고 제의하였다.

 

(IOC평가위원 시절 동고동락한 Sergey Bubka와 함께)

 

이러한 부브카와 필자가 시작한 아침운동에는 Hein Verbruggen IOC 평가위원장, Gilbert Felli IOC 올림픽대회 총괄수석국장 등 4, 5명이 함께 참여하여, 5개국 평가 방문기간 동안 환자 발생 없는 강철 같은 IOC 평가위원군단으로서 정력적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당시 사마란치(Samaranch) IOC 위원장의 평가에 의하면 잡음이 생기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업무수행을 훌륭히 치러낸 역대 가장 뛰어난 IOC 평가위원단이란 찬사도 들었다.

 

 

…To Be Cont’d…

 

Posted by 윤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