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인간관계가 이 장맛비처럼 매우 끈덕지고 집요하게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면 얼마나 지겹고 넌더리가 날 것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끈덕지게 달라붙거나 집요하게 치근대거나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고 원한을 사게 됩니다.
우리말에 "어지간히 해 두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앞서 살다 간 선인들이 가르친 처세법이고 삶의 지혜입니다.
극성스럽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집적거려도 상대방이 동요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생각을 돌이키라는 것입니다.
생각을 돌이켜서 돌아설 줄 알아야 합니다.
흔히,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런 말에 속지 마십시오.
저(법정 스님)는 늘 장작을 패기 때문에 이 말의 실체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법정 스님) 경험에 의하면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중심이 확실하게 잡힌 꿋꿋한 나무들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어지간히 해 두라.'는 이 말은, 극한적인 투쟁을 피하라는 지혜의 가르침입니다.
노사분규가 일어날 때마다 지나친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물론 당사자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하겠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는 저토록 극성스럽게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할까 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어지간히 해 두라.'는 가르침은 삶에서 균형을 잃지 말라는 오래된 지혜입니다.
머지 않아 선들선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더위는 저절로 자취를 감출 것입니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피서지는 매우 황량한 곳이 됩니다.
이롸 같이 모든 현상은 한때입니다.
이 한때에 꺾이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한때입니다.
항구적으로 지속되는 일은 없습니다.
무상하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한때라는 소리입니다.
좋은 일이든 언짢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모든 것은 하때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극복할 수 있는 의지가 생깁니다.
그런 일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누가 견딜 수 있겟습니까?
한때이기 때문에 우리가 뛰어 넘을 수 있는 용기와 기량이 저절로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죽지 않고 살아 있기 때문에 더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죽은 자들에게는 더위도 추위도 다가설 수 없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더위와 추위뿐 아니라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살아 있기 때문에
괴로움이든,
즐거움이든,
더위든,
추위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살아 있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살아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거나 혹은 남한테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때,
거기에만 매달리지 마십시오.
모든 것은 한때라고 생각하십시오.
곧 지나갈 한때라고.
내가 전생에 지은 업의 메아리라고 생각하십시오.
언젠가 이런 더위도 오지 않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여름을 몇 차례 더 맞이할 것인지,
각자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슬픈 일이고 안된 일이지만,
이 자리에 이렇게 모여 있는 우리 중에서 올여름이 마지막 여름이 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또 앞으로 다섯 번이나 여섯 번, 열 번의 여름밖에 맞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모든 것은 한때입니다,
그 한때에 꺾여선 안 됩니다.
(법정 스님 법문집 2 / "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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