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외교2024. 3. 21. 10:52

[스포츠외교정책은 확증(確證 Evidence)과 실리(實利Benefit)를 바탕으로 세워져야(故 김운용 IOC부위원장의 산고곡심山高谷深 칼럼 중에서 20121227)]

 

 

세계스포츠지도자로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셨던 故 김운용 IOC부위원장의 스포츠외교정책에 대한 가치관을 담은 글이 여전히 인상적입니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김운용 IOC부위원장 겸 KOC위원장과 Vitaly Smirnov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위원장 겸 IOC부위원장이 양국 NOC가 역사적인 스포츠교류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다음은 작고하시기 전인 20121227Newis에 기고한 칼럼 내용입니다.

 

얼마 전 문재인 후보가 휴전선 DMZ(비무장지대)에 남북공동으로 평창올림픽 경기장일부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내건 한반도 평화통일을 2007년 과테말라 IOC(국제올림픽위원회)총회 때 하도 많이 얘기했더니 IOC위원들이 올림픽은 스포츠행사인데 너무 많은 정치 슬로건을 내거는 것은 식상하니 그만하라고 권고했고 그때는 대통령이 앞장섰지만 유치에 실패했다. 2011년 남아공 더반 IOC총회 때는 내용을 수정해 올림픽 개최 이념, 유산, 경기장 시설, 운영계획, 문화행사, 청소년 육성 등을 내세워 독일 뮌헨을 누르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세 번에 걸친 유치 운동에 퍼부은 돈은 얼마인가? 그때 내세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도 하루에 이자만 1억씩 까먹는 애물단지가 되었고 몇 개월 안가서 파산한다고 올림픽 관련 소식지 '스포르트 인테른(Sport Intern)'도 이를 기사화하기도 했다.

최근에 대선 후보들이 앞으로 있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방문할 때마다 재정지원과 건설지원을 약속한다. 물론 유치해 놓은 대회는 성공을 시켜야 하겠지만 안 그래도 수입은 없는데 지금까지 유치했던 대회도 재정투자(국민세금)만 들어가고 사후관리와 유지비가 적잖게 소요돼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마당에 말이다. 월드컵 축구장도 문 닫는 곳도 두 개나 된다. 그런 돈은 국민복지와 국방에 투입함이 더 타당한 것 같다.

선거 때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난무한다고 하지만 특히 DMZ 내에 남북공동으로 경기장을 건설한다는 일방적인 주장은 IOC의 웃음거리가 되고 현실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또 북한도 놀랄 일이다. IOC는 영토와 국민은 없어도 IOC헌장만 갖고 100년 이상 살아남으면서 미국, 소련의 두 번에 걸친 보이콧도 물리친 올림픽운동의 통합기구다. 88서울올림픽 때는 북한이 소련, 동독 등을 통해 서울올림픽 공동개최를 요청했지만 IOC헌장에 공동개최는 언급돼 있지 않아 몇 종목 분산 가능성을 놓고 4차에 걸쳐 남북체육회담을 스위스 로잔 IOC 본부에서 했지만 실효성이 없어 무산됐고 그 결과 소련 등 공산권 국가들이 참가하게 됐다. 이때 북한에서의 분산개최는 경기장뿐만 아니라 선수, 임원, 방송통신 요원, 내빈의 출입국, 안전, 경비, 방송, 통신, 수송, 경기운영 등의 문제에서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공동개최가 소련·동독 등 공산권 국가들에 서울올림픽 참가 명분을 준 감은 있다.

2000
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6·25 전쟁 발발 50년 만에 '코리아(KOREA)'라는 국호와 한반도기를 내걸고 같은 유니폼을 입고 남북 선수 180( 90)이 개회식에 하나가 돼 동시 입장해 세계의 갈채를 받았다. 이때도 IOC위원과 남북 IOC위원이 어려운 협상을 벌여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의 도움으로 겨우 성사시켰다. 이때 한국 선수단은 300명였지만 경기 스케줄에 따라 선발대 110명만 와있었고 나머지 후발대는 1주일 후에 오게 돼 있었다. 특히 행진인원을 동수로 맞추어야 하는데 북한의 경우 출전 임원선수가 65명밖에 안돼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항공료와 숙소, 비자문제를 해결해주기로 하고 IOC의 특별초청으로 25명을 평양에서 급히 불러오고 유니폼 대금 4만 달러도 IOC가 마련해 모양 좋게 90명씩 총 180명이 동시입장을 했는데 이 같은 사정을 모르는 모 정당대표가 서울에서 간 선수가 300명인데 90명만 행진하면 나머지 200명은 희생하라는 말이냐며 KOC(대한올림픽위원회)를 비난하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 와 있는 110명도 그 다음날 경기에 나갈 선수들이 많아 90명을 채우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 KOC에 물어 보았으면 그같은 발언은 안했을 것이다. 정말로 선수를 아끼고 생각하는지 가치 없는 포퓰리즘이 작용했다.

과테말라 IOC총회를 전후해 남북공동 개최를 강원도가 말끝마다 내걸었는데 북한 IOC위원이 북한에는 함경남도 삼방(三防)에 썰매장 정도밖에 없는데 무엇으로 공동개최를 하느냐며 불가능하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올림픽경기장은 막대한 건설비용 이외에도 임원, 선수, 내빈, 자원봉사자, 방송통신 요원의 출입, 통관, 안전경비, 전자장비, 숙소, 방송센터, MPC, 수송, 접근로, 사후관리 등 수 없는 과제를 갖고 있다. 또 올림픽 경기가 UN 사무총장 소관도 아니고 IOC위원장인 자크 로게가 함부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경제적 타당성을 고려해 사후관리가 안 되는 대회 유치를 제한하는 일과 이왕 지금까지 유치한 2014인천아시안게임, 2015광주유니버시아드,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경제적으로 성공시키고 국민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요즘 지방자치단체가 2024년 부산올림픽,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남이 개최하는 자동차 경기인 F1 2013년에 얼마나 손해를 볼까. 한국이 세계의 봉이 된 지 오래다. IOC의 웃음거리가 되고 실효성 없는 구호는 스포츠에는 금물이다.

12
일 아침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보도됐다. 유엔(UN)과 미국, 중국, 일본 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UN안전보장이사회도 소집된다. 과연 북한을 믿고 상호협력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야당 대선후보의 장밋빛 대북정책도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어야만 국민이 안심을 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토 보존이다. 외교는 극단적인 '이데올로기(Ideology)' '상상(Imagination)' 만 갖고 하는 것이 아니라 '확증(Evidence)'과 실리로 하는 것이라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말이 생각난다.

[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Posted by 윤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