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외교2021. 1. 22. 09:45

국제 스포츠외교에서 역량 발휘하는 원년으로”(아시아문화경제신문 인터뷰)



[인터뷰]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이번 선거 한국 체육계 자성과 성찰 계기로

國內外 촘촘한 네트워크 해외서 널리 존경

스포츠 핵심현안 꿰뚫어 지속가능 대안제시

대승 차원 성공 도쿄올림픽 최대한 협력을
 

▲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중앙선관위는 1 18일 실시한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전체 투표수 1,974표 중 915(46.35%)를 얻은 이기흥 후보자가 당선되었다고 밝혔다이번 선거는 총 2,170명의 선거인중 1,974명이 참가하여 90.97%의 투표율을 기록하였다선거인은 대한체육회 대의원과 회원종목단체도체육회구 체육회 임원 및 대의원선수지도자동호인 중 무작위로 선정되었다이번 선거의 투·개표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비대면 방식인 중앙선관위 K-voting(온라인투표시스템)을 이용하였다이번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지켜본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스포츠계 진전의 공과와 명암을 살펴보는 지면을 긴급 마련했다.(편집자 주)

 

 윤원장께서 얼마전 출간한 스포츠외교론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하여 달라

 2020 10월 출간한 스포츠외교론은 원래 8개월간 집필을 거쳐 탈고한 대한민국스포츠외교실록 방대한 분량의 10분의 1정도에 해당하는말하자면 시즌 1에 해당하는 부분이다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의 간략한 역사에 이은 IOC-NOC등에 대한 스포츠외교小史스포츠외교개론스포츠외교현장평창3수 끝에 유치에 성공한 평창2010-2014-2018유치이야기필자의 한국최초 IOC평가위원 시절 숨 막히는 야사 및 여러 가지 스포츠외교현장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 책에 담았다특히 토마스 바흐 현 IOC위원장이 신간 책 스포츠외교론에 대하여 찬사 겸 추천 메시지를 보내 주어 책 출판이 더 한층 빛을 발하게 되었다.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표출된 현안들에서 무엇을 우선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보나?

 이번 선거는 세 가지 면에서 기존의 선거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첫째로 폭력의 문제로 인해 스포츠계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둘째로 정부에서는 엘리트 스포츠계를 악으로 보고 유럽식 클럽제도에 기반한 생활체육을 선보여 체육계의 전면적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셋째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실내 스포츠가 크게 위축되고 실외 스포츠도 무관중 경기 조건하에 부분적으로 치러지는 등전반적인 체육계의 위기 국면이 심화되고 있다그러므로 과거에 비해 조정자관리자집행자의 이미지보다는 방안 창출자해결자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우리나라 체육계의 모든 사안과 구조적 취약점과 개선 대상 국내외 핵심현안들을 철저하고세밀하게 파악하여 지속 가능하고 발전 가능한 대안을 적시적기에 적용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부과된 것이다.



▲ 2007년 과테말라 IOC총회 ‘평창2014동계올림픽유치 현장’에서 ‘모리스 에르조그’ 안나푸르나 최고봉 최초 등정 알피니스트 겸 프랑스 IOC위원과의 대화를 불어로 통역 중인 필자와 당시 노무현 대통령

▲ 2007년 과테말라 IOC총회평창2014동계올림픽유치 현장에서모리스 에르조그안나푸르나 최고봉 최초 등정 알피니스트 겸 프랑스 IOC위원과의 대화를 불어로 통역 중인 필자와 당시 노무현 대통령

 대한체육회에서는 국제사무차장직을 끝으로 이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국제사무총장 및 평창2018조직위원회 위원장 보좌역으로 이어졌지만 그 사이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을 만들어 원장으로 취임하여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업에서 물러나면 일하던 곳을 속세로 여기고 등지는 경우도 있으나 윤강로는 대한민국 체육계의 앞날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온 만큼 스포츠 미래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해 왔다대한체육회 명예퇴직 후 곧바로 비영리법인단체인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ISDI)을 설립하였는데주요 업무로는 국제스포츠동향이란 제목으로 매일 쏟아져 나오는 각종 스포츠 최신정보들을 정리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그곳은 국제스포츠외교현장에서의 경험과 인맥 그리고 각종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을 지속 발전 가능한 궤도에 자리매김하게 할 차세대 스포츠 외교 인력의 굳건함을 지켜나기기 위한 선구자적 실험실로 활용하고 함께 나가자는 취지로 출발하였다.

2004년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 설립 초기부터 본격적으로 거의 매일 아침마다 각종 외신을 종합 발췌 요약하고분석을 요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평가분석 및 전망도 곁들인 국제스포츠의 종합분석 자료를 세계 스포츠 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장르상 세계최초의 시도로써 유익하다는 평가를 얻었다.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몰락한 이후한국스포츠 외교의 영향력은 계속하여 하락세를 걷고 있는데?

 한국 스포츠계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 줄어든 탓도 아니요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려워져서도 아니다다만 국제무대에서 끊임없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을 지속해야 하는데이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본다지금이라도 세계 체육계에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을 발굴하고 키워 내야 한다.

그러나 국제 스포츠계는 결국 영어로 소통하는 곳이며영어 소통 능력이 부족하면 실력이 있어도 제 목소리를 의견을 내고 대안을 제시 할 수 없는 것이다이것은 어떤 국제단체나 기구도 마찬가지이며그 결과 영어에 약한 일본이나 중국의 발언권이 국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데 반해 영어권에 속하는 아프리카 등 제 3세계 지도자들이 오히려 쉽게 국제기구의 수장이 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향후 대한민국 스포츠계가 세계 스포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약기회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 IOC Olympic Solidarity 위원장 멕시코 출신 故 ‘마리오 바즈케즈 라냐’와 함께

▲ IOC Olympic Solidarity 위원장 멕시코 출신 故마리오 바즈케즈 라냐와 함께

 지난해 예정되어 있었던 도쿄 하계 올림픽이 올해 7월 개최로 순연되었다도쿄올림픽의 성공이 양국 간 경색 국면을 해빙무드로 조성할 수 있다고 보는데?

 올림픽정신과 이념은 순수하며 높은 차원을 가지고 있다그런데 이웃 일본은 원전 사고를 이겨내고 자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올림픽을 활용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이 취소된다면 국제 스포츠계로서는 큰 낭패이며 이는 막아야 할 일임에는 틀림없다양국 간 여러 갈등 상황을 고려해서 큰 틀에서 전면적인 협력이나 지원을 약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으나 체육계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방법적 차원의 협력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원장은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유치위원회 서울시유치특보(국제분야)를 맡고 있기도 하다.

 남북체육교류는 양국 정부나 민간 차원을 비롯해서 국제적으로도 매우 환영하고 있으며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희소하다이는 스포츠가 가진 순기능이며정치적 갈등 상황 속에서 인류 공동의 화합을 위한 전진을 앞당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2032년은 12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도 할 수 있으나 바뀐 IOC 올림픽헌장 규정에 의거 하시(when timing is right)라도 유치결정이 임박할 수 있다또한 실제 실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그러므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서 체육 교류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최근에는 탁구-축구-태권도-아이스하키-카누-조정-여자 농구-유도 등의 종목을 통한 남북한 교류의 물꼬가 이어져 왔는데앞으로 이를 더 확장하기 위한 여러 실행방안들이 추가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일례로 남북한 대학생들 간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탁구 대회를 연다거나남북한 대학교간 교류 협력전 같은 형태의 민간 교류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며각종 세계 대회나 올림픽 등에 남북한 공동팀을 만드는 문제도 지속 발전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 아테네 2004올림픽 IOC 본부호텔에서 회동. (좌부터) 문재덕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위원장, 필자, 문시성 북한 NOC서기장

▲ 아테네 2004올림픽 IOC 본부호텔에서 회동. (좌부터) 문재덕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위원장, 필자, 문시성 북한 NOC서기장

 2003 12월에는 몽골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으로 선임됨으로써 세계스포츠 사상 처음 다른 국가의 올림픽위원이 된 기록을 남겼는데?

 한국의 수많은 스포츠 지도자들이 해외에 진출하여 개발도상국 팀들을 키워내고 있으며이는 수많은 나라에 한국인 태권도양궁탁구축구배드민턴 등 많은 종목 지도자들이 진출해 있음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돕는다는 것은 결국 능력이 될 때 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은 실제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등 기구가 실행하고 있는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을 통해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사회봉사 사업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한국은 경제적인 분야는 물론 스포츠계에서 상당한 실력을 갖춘 선진국이며 선도국이다앞으로 나누고 베푸는 리더십을 더 확장시켜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체육계가 한층 혁신해야 현안들이 상당하다신임 회장단에 제언드릴 조언은?

 우선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엘리트 스포츠계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불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는 시점에 와 있다이를 위해서 아래와 같은 세부 방안들을 제안한다.

합숙 훈련은 가족과의 단절을 가져와 청소년기의 균형감 있는 성장을 저해하고운동을 그만 두었을 때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데 정서적인 어려움을 가져 온다특별한 훈련 캠프를 제외하고 일상적인 합숙 훈련은 앞으로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들에게 정기적인 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특히 다음 3가지 방안을 적극 검토하여 실행할 것을 건의 한다.

 운동 선수들에게 적합한 과목을 선별하여 별도의 교과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해외에서 경기할 경우가 많으므로  국제스포츠 계 활동에 필요한 맞춤식 영어 과목이 필요하고기타 인문 사회적인 상식을 포함하는  교양과목과  간단한 기본 논술 과목 및  기초적인 문서작성 과목도 보강해야 한다.

 별도의 교과 과정을 담당하는 순회 교사 및 교수를 육성할 것을 제안한다운동하는 선수들을 전담하는 교사·교수는 지역별로 흩어진 팀들을 순회하면서 수업을 진행하되선수들의 운동량을 고려해서 전일 교과를 진행하기보다는 학기 중 소요되는 일정 시간을 사전 조율 및 조정 후 배정해서 정해진 수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면 된다.

 교과 과목이 다르므로 시험도 별도의 시험이 필요하고운동선수 간 경쟁해서 성적을 매겨야 한다즉 운동하는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특별 교과 진행 및 수업 이수 과정이 선별적으로 연구되어 확립될 필요가 있다.

 또한 유럽식 클럽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생활체육 육성 방안의 경우는 경착륙 보다는 연착륙을 도모해야 한다실제로 많은 유럽 선진국들에서도 엘리트 제도에 준하는 국가대표 훈련 센터나 혹은 스포츠 학교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엘리트 제도를 없애야 할 악습으로 보면 안 되며생활체육을 활성화 하면서 그 중에서 직업적인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한 엘리트 육성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스포츠계가 침체되어 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 수가 줄어들어 가면서 생기고 있는 빈 교실들을 활용한 탁구장헬스장태권도장 등 여러 실내 종목들을 위한 시설들을 늘려가면서 체육인들과 연계한 학교 체육 활성화혹은 전문화를 시도해야 한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해외 에이전시들에게 지속적으로 홍보 자료와 선수 명단을 보내고 한국 선수들을 해외로 보내는 것을 도와줄 특화된 전문기구를 체육회 내에 신설하고 인력을 확보하여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윤원장은 한국외국어대 동시통역대학원(·불 동시통역출신으로 알고 있다여러 국제무대나 행사에서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제스포츠무대에서 외국어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스포츠외교를 잘하려면 영어 등 외국어에 능통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을 이야기하곤 한다그렇다그렇지만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 사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예를 들면 미국인영국인 등 영어를 모국어로 완벽하게 구사하는 이들이 모두 스포츠외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는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필자는 지난 40년 가까이 20여 차례 동·하계 올림픽대회에 참가한 바 있다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국가올림픽연합회(ANOC)총회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총회외신 기자회견 등에도 200여 차례 빠짐없이 한국올림픽위원회(KOC) 회의대표 및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국제 사무총장자격으로 단골대표로 평가 받을 만큼 활동함으로써 스포츠계에서 국제대회에 가장 많이 참석하고 발언도 제일 많이 한 국·내외 기록 보유자 중 열손가락 안에 들어가리라고 확신한다.

스포츠외교는 안면장사라는 진리 아닌 진리가 스포츠외교의 성격을 가장 효과적이고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물론안면이 잘 통하면서 영어 등 외국어 구사능력이 수준급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40여년 동안 윤원장은 스포츠 외교관으로 중책을 맡으셨는데지금 세대와 분명 격세지감을 느끼셨을 것 같다.

 필자가 대한 올림픽위원회 사무차장(Deputy Secretary General) 시절인 1999년도에 제109 IOC 총회를 서울서 개최키로 하고 실무 총괄 준비 및 조직 운영 책임을 맡았었다의전 요원을 선발키 위하여 서울에 있는 8대 유명 대학교에 해당학교로 국제적으로 국가를 빛낼 수 있는 외국어에 능통하고 용모 단정한 여대생 자원봉사자 선발을 의뢰하는 협조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애초 참석 예정인 110명 정도의 IOC 위원 수행 통역과 안내 데스크 및 공항 의전 요원 등 150명 정도의 인원이 필요했는데각 대학교에서 추천된 인원은 1,000여 명에 육박하였다다시 재조정하여 500명으로 줄이고최종 면접시험을 통해 150명만 선발키로 했다한 번 면접에 15분당 10명씩 15회에 걸쳐 외국어(영어불어서반아어독어러시아어중국어일본어 등)로 필자가 주로 인터뷰를 하면서 채점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영어불어서반아어 등은 필자가 직접 구사하면서 면접을 했고나머지 언어는 서류전형 및 신청자가 해당 외국어로 말하도록 하면서 능통 정도를 가늠했다필자는 깜짝 놀랐다지원자 500명 중 영어의 경우 대부분의 신청자들의 발음억양 및 유창함이 거의 본토인 수준이었다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고 흐뭇하게 생각했다필자의 학창시절에는 영어로 인사말과 자기소개 정도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영어 전공자가 그리 흔치 않았던 터라 지금과 비교해보니 격세지감으로 느껴졌다.

소정현기자

 


Posted by 윤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