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외교현장이야기실록4편(아시아의 철인삼국지와 인도대첩실록)]
(3편에서 계속)
Sydney2000올림픽 대회 때부터 우리의 국기인 태권도와 함께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올림픽 메달 종목이 된 철인 3종 경기, 영어로는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철인 3종 경기는 올림픽 종목이 아니고 트라이애슬론이 올림픽 정식종목이다.
그러나 트라이애슬론이라고 말하면 일반대중(General Public)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철인경기(Iron man Competition)라고 편의상 혼용해서 말하기도하지만, 사실상 철인 3종 경기 코스가 트라이애슬론의 그것보다 길고 더 힘이 든다.
오죽하면 철인(Iron man)이라고 부를까?
올림픽 트라이애슬론은 1.5km 수영 후 바꿈 터에 세워져 있는 각자의 자전거로 사이클 40km를 돌고 나서 마지막 코스인 20km 달리기를 연이어 한 후 소요 시간을 종합 집계하여 순위를 매긴다.
철인 3종은 수영 3.8km(2회 왕복), 사이클 180.2km 및 마라톤 42.2km를 달리도록 되어 있다.
필자는 2003년 8월의 어느 날 당시 유경선 대한 트라이애슬론 연맹 회장이 필자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전갈을 유문규 대한연맹 전무이사(이후 부회장)로부터 받고 종로구청 근처 옛날 수송초등학교 자리에 위치한 유진그룹 회장 사무실에서 유 회장을 만났다.
유 회장과는 대한체육회 국제담당 사무차장 재직 시부터 가끔 공식행사 등지에서 만났었기 때문에 피차 안면이 있는 사이였고, 특히 당시 Les Mcdonald 국제 트라이애슬론(Internation Triathlon Union: ITU) 회장 방한 시, 대한연맹 부회장들과의 만찬에 동석하기도 했었고, 또 필자와 돈독한 관계인 Chiharu Igaya 일본 IOC 부위원장 겸 일본 트라이애슬론 연맹 회장이 한일 친선 철인 3종 경기 대회 참석차 제주도에 왔을 때에도 함께 자리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유 회장은 필자에게 자신이 2개월 후인 2003년 10월31일 인도 체나이(Chennai)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트라이애슬론 연맹(Asian Triathlon Confederation: ASTC) 총회에서 선출하는 ASTC 회장 출마를 갑자기 하게 생겼는데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당초 ITU 부회장을 맡고 있는 Igaya 일본연맹 겸 IOC 위원이 ASTC 회장으로 출마키로 되어 있었고 유 회장은 ASTC 부회장 후보로서 Igaya회장 후보의 러닝메이트(running-mate)격이었는데 경쟁자인 Ramachandra 인도 트라이애슬론 연맹 회장 겸 ASTC 부회장이 기존 세력을 규합하고는 Igaya 일본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14표 중 10표 이상을 이미 확보했으니 포기하라는 엄포를 놓자 Igaya 회장은 IOC 위원으로서 국제 스포츠 계 및 아시아 스포츠 계의 투표 성향과 생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터이고 경쟁 후보가 10년 넘게 ASTC 부회장 직을 맡고 있으며, 투표 장소가 Ramachandran의 근거지인 인도라는 정황을 분석해 보니, 실제로 이기기도 힘들겠지만 지게 되면 IOC 위원 겸, ITU 부회장, 또 일본 연맹 회장으로서의 체면이 완전히 구겨지게 되어 ASTC 회장 입후보 자체가 그야말로 큰 부담이 되고 말았다.
(Cortina d’Ampezzo1956동계올림픽 비 유럽 최초의 스키 은메달리스트 겸 일본 IOC집행위원을 역임하고 평창2014동계올림픽유치 당시 IOC평가위원장으로 평창을 실사 방문한 Chiharu Igaya <현 IOC명예위원>과 당시 유치위원회 국제사무총장인 필자와 함께 평창에서)
그래서 그냥 후보를 철회하자니 상대방이 무혈 입성케 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결론을 내린 Igaya 후보는 패기 있고 열정적인 유경선 한국 트라이애슬론 회장에게 연락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시간이 촉박하여 상대방을 이겨내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르겠지만, Igaya 회장과 일본 연맹이 적극 지원사격을 해줄 테니, 자기 대신 ASTC 회장에 출마하여 달라는 부탁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유 회장도 그 시점에서 선거운동을 해서 이긴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상대방 후보 국인 인도가 트라이애슬론의 잠재력이 전무한 상황이고 감투 욕심 때문에 출마한 Ramachandran이 ASTC 회장이 될 경우 아시아 트라이애슬론의 발전은 물 건너가는 격이 될 것이란 판단 하에 질 때 지더라도 아시아 트라이애슬론의 미래를 위하여 또 차기 회장 포석을 놓기 위해서라도 경쟁 구도에 뛰어들겠다는 시간 상 무모하지만 당찬 출사표를 던지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돌아가는 상황을 다 듣고 난 필자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지금까지 김운용 회장을 보필하면서 각종 국제 스포츠 기구 임원선거, 국제 대회 및 국제회의 유치 투표 전을 수없이 많이 치러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과 노하우(know-how), 특히 기존 국제 스포츠 계 인맥을 잘 활용한다면 전 회원국이 14개국밖에 안 되는 ASTC 회장 투표 전에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오기가 발동되었다.
우선 유경선 회장에게 아시아 트라이애슬론 발전을 위한 출마 공약 사항을 구체적이고 실현 및 적용 가능하고 가슴에 와 닿는 내용으로 작성하여 14개 회원국 중 12개국에 우편 발송과 동시에 10개국 정도는 여행가방 챙겨서 일일이 찾아 다니는 방문 캠페인을 벌일 것을 제의하고, 2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지만 12개국 정도만 설득하면 충분한 승산이 있겠다고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아시아 각국 방문캠페인에 앞서 대한 트라이애슬론 연맹 부회장들과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하고, 국가별 방문 업무분장도 하였다.
당시 주경혜 부회장, 삼성출판사 사장인 김진용 부회장, 영원한 트라이애슬론 선수인 이석우 부회장, 최윤석 부회장, 오창희 부회장, 유문규 전무이사 등이 주축이 되었다.
필자도 목적 수행을 위해 국제 부회장이 되었다.
주경혜(Julia) 부회장은 여성 사업가로서 수완이 좋고 대인관계의 폭도 넓고 해서 베트남 등지의 원격 인맥 연결이 가능하여 많은 도움을 주었다.
최윤석(Dmitri) 부회장은 미국계 유명 금융회사 중역을 역임한 영어에 능통한 국제통으로서 사교에도 뛰어난 실력가이고, 세방여행사 사장이며 작고하신 김운용 회장의 사위이기도 한 오창희(Henry) 부회장도 영어가 뛰어나고 매너가 좋아서 선거 해외 캠페인에서 많은 활약을 하였다.
유문규 전무이사는 오지인 네팔까지 다녀오고 평소의 트라이애슬론 인맥을 활용하여 많은 기여를 하였다.
필자는 아시아 각국 NOC와 아시아 지역 IOC 위원들을 교두보로 활용하여 경쟁 후보인 Ramachandran의 기존 지지세력을 허물어뜨려가면서 우리 편으로 전환시키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겼다.
분기점이 된 곳은 싱가포르였다.
싱가포르 연맹 회장 및 사무총장에게 유경선 회장 후보의 선거 공약 및 발전을 위한 비전(Vision)을 모두 함께 사명감을 가지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여 우리 편으로 동화시키는 데 드디어 성공했다.
이들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이게 한 것은 필자와 가장 절친한 IOC 위원들 중의 한 명인 Ser Miang NG(쎄르미앙 능) 싱가포르 IOC 위원(현 IOC 집행위원) 겸 싱가포르 체육회장의 막후지원이었다.
(Ser Miang NG 싱가포르 IOC집행위원과 함께)
NG 위원은 선거유세 막판인 시점에서 싱가포르 연맹 회장 및 사무총장으로 하여금 한국을 지원토록 많은 힘을 아끼지 않았고, 더구나 싱가포르 연맹 대표들은 NG 위원과 더불어 인접국 대표들에게도 유경선 회장을 지지토록 간접지원을 해 주었다.
뭐니뭐니해도 유경선 ASTC 회장 후보가 가장 많은 신경을 썼고 처음에는 다소 서툴렀던 영어 실력도 선거유세 방문출장 과정에서 일취월장하여 당선된 후 ASTC 회장으로서 회의도 영어로 주재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하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하지만 유 회장 개인의 노력과 열정의 결실이 아닌가 싶다.
싱가포르 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우리 팀은 아시아의 허리 부분을 교두보로 확보한 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베트남, 태국, 대만, 중국, 네팔, 일본, 마카오차이나, 홍콩차이나 등을 차례로 방문하는 등 방문 유세활동이 효력을 발휘하였고 점차 유경선 후보에게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으나, 워낙 경쟁 후보의 뿌리 깊은 밀착 방해공작으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기도 했다.
(좌로부터 대만트라이애슬론연맹회장, 유경선 전 ASTU회장 겸 당시 대한트라이애슬론 연맹회장<현 OCA환경분과위원장>, 필자, 태국트라이애슬론연맹회장, 한나래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여성임원)
인도의 Chennai 현지에서 막판 굳히기 작업은 인도 연맹 측의 교란작전으로 순탄치는 않았지만, 불굴의 한국인 저력으로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 적지인 인도에서 당초의 예상을 깨고 유경선 후보는 경쟁 후보이며 주최국 연맹 회장인 Ramachandran후보를 9:5란 파격적인 표 차이로 누르고 Lu Dapeng ASTC 회장(중국)에 이어 4년 임기(2003-2007)의 신임 ASTC 회장으로 당선되어 한국 스포츠 외교의 한 획을 그었다.
트라이애슬론 인도대첩의 역사는 그렇게 씌어졌다.
그 이후, 유경선 ASTC 회장의 열정적이고 탁월한 지도력 하에 아시아 트라이애슬론은 활력 넘치게 전진한 바 있었으며, 각 대륙 별 연맹 중 가장 활발하고 짜임새 있는 순항을 계속해 온 바 있었다.
유 회장은 2005년3월 KOC부위원장으로도 선임되었었으며 2008년에는 국제 트라이애슬론 연맹(ITU)부회장으로 선출되었고 2012년 10월 뉴질랜드 Oakland 개최 ITU총회에서 ITU회장 직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스페인 출신 여성 ITU회장 겸 IOC위원에게 석패하였다.
한편 2015년 6월 대만 Taipei개최 ASTU총회에서는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 겸 대한 트라이애슬론 연맹부회장이 제3대 ASTU회장 직에 올랐다.
(5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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