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외교현장이야기실록3편(ANOC총회와 “베사메무초”<Besame mucho>)]
(2편에서 계속)
지난 2002년 5월20일부터 25일까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제13차 ANOC 총회 마지막 날 5월25일 개최된 IOC 집행위원회/NOC 연석회의가 끝난 후,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Michael Payne IOC 前 마케팅 국장은 필자더러 “질문 및 의견제시 회수를 보면 귀하야말로 기록 보유자입니다(You have a new record in the number of interventions)”라고 평가해 주었다.
ANOC 총회 전야제 겸 환영 리셉션에서는 여흥 시간에 총회 개최국 Sie kok-Chi 말레이시아 올림픽위원회(Malaysian Olympic Council) 사무총장이 사회자에게 미리 추천을 하는 바람에 아시아 대륙 대표로 등 떠밀려 무대로 나가서 Jacques Rogge IOC 위원장 내외, Mario Vazquez Rana ANOC 회장 내외, 80여 명의 IOC위원, 20여 명의 국제연맹(IFs)회장, 202개국 NOC 위원장 및 사무총장 등 1,000여 명의 관중들 앞에서 노래 한 곡조를 부르게 되었다.
평소 즐겨 부르던 노래 중에서 밴드 연주가 가능하고 노태우 前 대통령 겸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애창곡이기도 한 스페인어 원어로「베사메 무초/Besame mucho」를 감정을 살려서 부르고, 「앙코르(Bis)」를 받아 「아리랑」을 이어서 한 곡조 더 뽑았다.
노래는 국제 공용어인가 보다. 모두 흥겨워 보였다. 다음 다음 날 필자가 한국 NOC 대표로서 Rogge IOC 위원장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기타 사항에서 또 다시 발언권을 신청하니까 Rogge IOC 위원장은 농담조로 “Rocky, if you promise to sing one more song, I will give you the floor!(로키, 노래 한 곡조 더 부를 것을 약속하면, 발언권을 드리겠소!)”라고 하면서 발언권을 주었다.
(2008년 Beijing개최 206개국 ANOC총회 개회식에서 한국 최초 ANOC외교공로훈장수여식에서 좌로부터 Mario Vazquez Rana ANOC 회장, 필자, Jacques Rogge IOC위원장)
필자의 질문 내용은 “현재 IOC 헌장에 명시되어 사용되고 있는 올림픽 표어(Olympic Motto)인 「Citius, Altius, Fortius(Faster, Higher, Stronger/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는 현대 스포츠가 진화하여 온 결과 그대로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니 조율(Fine Tuning)이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면 사격(Shooting), 양궁(Archery), 체조 종목의 평균대, 피겨스케이팅 등에 고전 표어대로 적용하면 잘 어울리지 않으므로(사격할 때 보다 높게, 보다 빠르게, 보다 강하게 쏜다면 좋은 기록은커녕 예선탈락 감이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 필자의 대안 표어는 “V.I.P”라고 하면서 「More Vividly, Impressively, Precisely」 즉, 「보다 생동감 있게, 보다 인상 깊게, 보다 정확하게」를 IOC에서 연구하여 채택할 의향이 없느냐?”였다.
Rogge IOC 위원장은 가만히 경청하고 나서, “Rocky, if you promise not to claim your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then IOC will positively consider it(로키, 그것과 관련한 지적재산권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IOC로서는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라고 답변하였다.
물론 IOC가 100년 넘게 사용해온 올림픽 표어를 바꾸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국제 스포츠 외교 연구원(ISDI)을 2004년 초 설립 운영하면서 ISDI의 표어를 VIP(More Vividly, Impressively, Precisely)로 설정하고 사용해 오고 있다.
ANOC총회 직후 Mario Vazquez Rana ANOC 회장은 필자더러 “21세기의 새로운 쿠베르탱이 탄생했다.”라면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MarioVazquez Rana ANOC회장 겸 IOC집행위원 멕시코시티 자택 겸 집무실에서)
Rana ANOC 회장의 셋째 딸인 미리암(Miriam)은 출중한 미모와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여 필자가 1984년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된 ANOC 총회 시 Rana 회장 자택에서 베푼 만찬에서 라냐 회장 가족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면서 담소하였는데, 필자는 Miriam과 특히 친해져서 그 당시 필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시(Dash)했다면 Rana 회장 셋째 사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Mario Vazquez Rana ANOC회장 자녀들과 함께 셋째 딸 Miriam은 가운데 필자 우측 옆)
30년이 지난 그 당시에도 Rana 회장 부인은 필자더러 “이호(hijo; 아들이란 뜻의 스페인어)”라고 지칭하면서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었었고, 필자도 사석에서는 Rana 회장 더러 “미 빠빠(mi papa; 나의 아버지 또는 장인)”, 부인에게는 “미 마마(mi mama;엄마 또는 장모)”라고 부르는 사이이기도 했다.
Sydney2000올림픽 대회 기간 중 당시 연합뉴스의 김용윤 특파원의 취재 기사 내용을 소개해 본다.
『2000/09/18 11:57 송고
< 시드니올림픽 > 윤강로 KOC사무차장은 '교과서(?)'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로키의 말은 거의 올림픽에 관한 한 지침서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오아니스 파파도키 아나키스 그리스선수단 단장은 18일 윤강로 대한올림픽위원회(KOC) 국제담당 사무차장이 시드니올림픽에 참가한 각국 선수단 간부들에게 '교과서'가 되고 있다고 칭찬했다.
지난 82년 대한체육회에 들어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등 국제업무만 18년째인 국제통.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도 그의 실력을 인정, 최근 IOC평가위원에 임명했으며 그는 베이징, 파리, 토론토 등 2008년 하계올림픽 유치후보도시들의 '로비대상'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올림픽운동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업무능력 때문.
'86 서울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 '97 무주전주동계유니버시아드 등 크고 작은 국제대회, IOC 총회를 기획, 운영해 온 노하우로 사실상 '백과사전'이나 다름이 없다.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한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지난 29일 선발대로 시드니에 도착, 각국 선수단 단장회의를 통해 IOC 의무분과위원과 조직위원회(SOCOG)의 맹점을 찌르는 질문을 퍼붓는가 하면 선수촌 주방까지 좇아가 밥을 지을 때 뜸을 들이는 방법까지 가르쳐주는 등 그의 활약은 경계가 없다.
특히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이나 류성일 조선올림픽위원회 서기장과는 허물이 없을 정도로 깊숙한 대화를 나눠 한반도기를 들 기수를 결정하는 등 미묘한 사안을 절묘하게 해결해 낸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다.
윤강로 사무차장이 IOC, SOCOG 관계자들과 설전을 벌일 때면 각국 대표들은 "정말 많이 배운다. 우리는 받아 적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를 하고 있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그를 아는 LA타임스 등 일부 외신기자들은 아예 "내년 7월 모스크바총회에서 만일 김운용 집행위원이 IOC 위원장 후보로 출마, 당선된다면 로키 윤은 로잔에서 톡톡히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yykim@yna.co.kr 』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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