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외교2019. 3. 15. 13:48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경쟁추세 및 현황과 IOC평가위원회 Stockholm Åre2026현지 실사현장 스케치]

 

 

*순서:

 

. 2026년 동계올림픽유치경쟁의 허와 실

. 남은 유럽 2개 후보도시 중 스웨덴의 Stockholm-Åre2026 IOC현지실사방문 스케치

. IOC의 동 하계올림픽 개최도시 기여금 배정현황

 

 

*내용:

 

2016년 동계올림픽유치경쟁의 중요대목인 현지실사를 위한 IOC평가위원회가 마지막 남은 2개 후보도시인 Stockholm Åre(스웨덴) Milan-Cortina d”Ampezzo(이태리)Stockholm Åre를 현재 현지실사(312~16) 방문 중입니다.

 

 

1.   2026년 동계올림픽유치경쟁의 허와 실

 

당초 2016년 동계올림픽유치신청도시 7(Graz2026<오스트리아> 중도퇴장) Sion(스위스), Innsbruck(오스트리아), Sapporo(일본)이 연이어 중도 탈락하였고 남은 4개 신청도시들 중 2018 10 IOC는 제반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Erzurum(터키)마저 유치경쟁 대열에서 탈락시킨 바 있습니다.

 

따라서 2018 10 IOC 2026년 동계올림픽 최종 유치후보도시들로 Calgary(캐나다), Milan-Cortina d”Ampezzo(이태리), Stockholm Åre(스웨덴) 3개도시로 압축한 바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8 1113일 실시된 주민투표(plebiscite)결과 최종후보 3개도시로 선정되었던 Calgary2026은 아쉽게도 막판 퇴장하였습니다.

 

Calgary2026주민투표(Plebiscite)실패 2026년동계올림픽유치 물거품 되고 IOC는 노심초사(勞心焦思) 초조국면(焦燥局面)에 빠지는 상황으로 치달아 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2026년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유치경쟁 흥행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었습니다

 

캐나다의 동계스포츠 중점도시이며 2026년 막강 동계올림픽유치후보도시이자 1988년 동계올림픽개최도시인 Alberta Calgary2026 1113일 주민투표(plebiscite)결과 유치반대표가 더 많이 나오면서 동계올림픽유치 꿈이 물거품처럼 사라졌습니다.

 

 

마치 2022년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유치상황 기시감(旣視感/déjà vu)현상이 재현되는 것 같았습니다.

 

2022년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유치경쟁도 막판에 Beijing2022 Almaty2022 아시아 2개 후보도시들 간의 표 대결로 귀착된 바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인터넷 외신인 The Sports Examiner에서 묘사한 것처럼 크게 당한 당사자(big loser) IOC”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IOC로써는 이제 문제아 대회(its problem-child event)가 되어 있는 동계올림픽 미래에 대하여 어찌해야 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함께 걱정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Calgary1988 동계올림픽 개회식 장면/출처: 캐나다올림픽위원회<COC> 제공)

 

 

2022년 동계올림픽유치경쟁 당시 아시아 2개 후보도시 간의 경쟁과 동일한 상황에서 이제는 유럽 2개 도시 간의 경쟁으로 귀착되었습니다.

 

 

2.   남은 유럽 2개 후보도시 중 스웨덴의 Stockholm-Åre2026 IOC현지실사방문 스케치

 

 

(Octavian Morariu 2026동계올림픽 IOC평가위원장/출처: insidethegames)

 

 

만일 Stockholm2026이 유치경쟁의 최종승자가 될 경우, 1912년 제5회 하계올림픽 개최도시로써 당시 올림픽 사상 최초로 세계5개 대륙에서 선수들이 참가한 올림픽개최국인 스웨덴은 Beijing208-Beijing2022에 이어 2번 째 동 하계올림픽 동일도시 개최의 기록을 수립하게 됩니다.

 

2019 312 Stockhom에서 6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Åre지역을 방문한 IOC현지실사 평가단은 313 Stockholm지역을 시찰한 바 있습니다.

 

현지에 머물며 조사활동을 벌이게 되는 IOC평가위원회는 1912년 제5회 하계올림픽 당시 사용된 주 경기장(Olympic Stadium)방문을 시작으로 4일 간의 현지조사활동(5일 간)에 들어 갔습니다.

 

1912년 당시 사용된 올림픽 주경기장이 1세기이상이 경과한 지금 현재도 허물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고 하니 평창2018 주 경기장의 신세와 비교해 보면서 격세지감이 듭니다.

 

 

The Olympic Stadium in Stockholm was built for the 1912 Summer Games, when among the events it staged was the Opening Ceremony, and is still in daily use more than a century later ©Wikipedia(스톡홀름1912올림픽주경기장 모습/출처: Wikipedia)

 

 

동 올림픽주경기장은 Stockholm-Åre2026가 승리할 경우 스노보드종목 경기가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동 올림픽 주경기장에서는 이미 국제스키연맹(FIS)주관 스노보드월드컵대회가 몇 차례 개최되어 검증절차가 완료 된 셈입니다.

 

Beijing2022의 경우도 Beijing2008하계올림픽 주 경기장외에 국립수영장(Beijing National Aquatics)이 동계올림픽 컬링종목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지만 Stockholm올림픽주경기장이 124년이 경과한 후에도 생생하게 동 하계올림픽 종목들을 모두 소화해 된 기록을 영원히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If Stockholm Åre 2026 wins its bid then the Olympic Stadium will host snowboarding ©YouTube(Stockholm올림픽주경기장 스노보드 월드컵 장면/출처: YouTube)

 

 

Åre 주변지역은 천년 전 바이킹족(Vikings)이 거주한 곳으로 유명하며 스웨덴이 그 동안 7차례 동계올림픽유치 시도했던 유치근거지 마을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Åre지역이 유일한 올림픽스키 활강코스(piste)가 위치해 있어서 마치 정선 알파일 경기장과 대비되는 곳이기 때문인데 Gothenburg1984-Falun1988/1992- Östersund 1994/1998/2002 6차례 동계올림픽유치 당시 포함되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반면 지난달 2월 이곳에서 열린 FIS주관 세계 알파인 스키 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미국 스키활강 superstar Mikaela Shiffrin이 스키장 조건에 대하여 비판한 사실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온화한 기온으로 봄 날씨를 연상시킴으로 대회 중 Åre 스키장 Radvanje코스의 상단 층(the top layer of the Radvanje course)이 무르게 되었음을 지적하면서 이곳에 올림픽경기를 개최하면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I don’t think they should put the Olympics here)라고 언급함으로 파장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 Octavian Morariu 2026동계올림픽 IOC평가위원장은 현상을 인정하면서 비판내용을 주목할 것(will account of the criticism)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Octavian Morariu 2026동계올림픽 IOC평가위원장/출처: insidethegames)

 

IOC 평가위원회는 2019 5월말 전에 현지실사보고서를 발행할 예정이며 2026년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최도시 선출은 2019 624일 시작되는 제134 IOC총회(Lausanne개최)에서 투표로 결정됩니다.

 

Stockholm Åre 2026 유치후보도시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one of the most powerful weapons in the armory of Stockholm Åre 2026)는 영향력 있는 스웨덴 IOC위원 겸 평창2018동계올림픽 IOC평가위원장과 IOC조정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Gunilla Lindberg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희범 평창2018 조직위원장도 IOC평가위원회 위원 중 한 명으로 참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For Gunilla Lindberg, the Swede who led the IOC Evaluation and Coordination Commissions for Pyeongchang 2018, the boot is on the other foot this time as she is part of the Stockholm Åre 2026 team ©Stockholm Åre 2026(좌로부터 Octavian Morariu 2026동계올림픽 IOC평가위원장-이희범 평가위원-Gunilla Lindberg /출처: Stockholm Åre 2026)

 

 

 

 

3.   IOC의 동 하계올림픽 개최도시 기여금 배정현황

 

IOC2026년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최권을 획득하는 도시에게 $9 2,500만불( 1.036조원)기여금을 배정할 의도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IOC는 “새로운 규범”(New Norm)으로 인해 하계올림픽개최도시들의 경우 US$10억불( 1 1,200억원), 동계올림픽개최도시들의 경우 US$5억불( 5,600억원)의 개최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References:

-insidethegames

-The Sports Examiner

- Stockholm Åre 2026

 -COC website

 

Posted by 윤강로
스포츠 외교2019. 3. 15. 10:56

[제5편(故 정주영 회장 편)윤강로의 발로 뛴 스포츠외교 "총성 없는 전쟁/세계를 움직인 스포츠 계의 큰 별들]

 

*故 정주영 회장과의 만남

(The late Ju-Yung CHUNG, Founder President/Chairman of Hyundai Group)

 

1915 1125일생(토끼띠)

 

주소 : 종로구 청운동()

       종로구 계동(사무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의 주인공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981 930일 바덴바덴의 기적인 「번갯불에 콩 구워 먹기 작전/Thunderbolt Operation」의 선봉장 격으로 6·25 한국동란 이후, 전 세계에 MASH(Mobile Army Surgical Hospital/야전이동육군병원)라는 전쟁드라마를 통해 비참한 전쟁 폐허국으로만 알려졌었던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운 「1988 서울올림픽 개최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서울올림픽 유치위원장직을 맡았다가, 1982년부터 대한체육회장 및 KOC 위원장을 맡아 1984 LA 올림픽에서 해방 후 한국선수단이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데 혁혁한 이바지를 해 주셨다.

 

 

(좌로부터 이영호체육부장관<옆모습>-노태우 당시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사마란치 IOC위원장-통역 중인 필자-정주영 대한체육회장 겸 KOC위원장)

 

 

 

사마란치 IOC 명예위원장을 포함한 전 세계 올림픽 가족 모두는 아직도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야말로 20세기 가장 훌륭한 대회(The Best Games Ever)라고 평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대한체육회/대한올림픽위원회(KOC)에 입사한 것은 1981 9월 바덴바덴에서의 성공적인 올림픽유치가 있고 난 다음해인 1982년이었다.

 

 

당시, 정부에서는 성공적인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체육부를 신설하고 서울올림픽조직위를 발족시켰다.

 

 

대한체육회 및 KOC는 태릉 선수촌을 근거지(Base Camp)로 하여 꿈나무 선수 발굴 및 육성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성공적인 대회운영과 사상 최고의 성적이라는 「두 마리 올림픽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였다.

 

 

이를 계기로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떨치고,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데 견인차 역할을 다하였다.

 

 

정치·외교·경제·사회·문화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대한민국 역사적 부흥기(Renaissance)로 기록되고, 그 이후 대한민국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Land of Morning Calm)」에서 「올림픽운동의 나라(Land of Olympic Movement)」로서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2004 72일 체코 프라하에서 이룬 작은 기적(2010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과 다름없는 경천동지의 큰 성과)으로 까지 뻗치게 되었다.

 

 

필자는 故 정주영 회장께서 대한체육회장 겸 KOC 위원장 재직 시 각종 국제회의의 통역을 비롯, 1988 서울올림픽 유치 이후 방한하는 수많은 IOC 위원, 각국 올림픽 위원회(National Olympic Committees) 위원장, 각 종목 국제경기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회장단, 각국 체육장관(Sports Ministers) 등 전 세계 스포츠 관련 고위 인사들과 故 정주영 KOC위원장과의 공식 면담, 오찬, 만찬 통역을 도맡아 하였다.

 

 

 

(좌로부터 故 Sheikh Gahad Al-Jaber Al-sabach 초대 OCA회장 겸 쿠웨이트 IOC위원-통역 중인 필자-정주영KOC위원장)

 

 

 

필자는 영어/불어 통역을 하면서 故 정주영 회장께서 외국어를 직접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통역의 의사전달 내용과 맥락을 기가 막히게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83년 당시 미수교국이었던 중국이 최초로 자국 여자 농구팀을 한국에서 개최하는 아시아 여자 농구 선수권 대회에 참가시켰을 때, KOC위원장 주최 만찬 시 중국선수단장 통역 중 일어났던 한 예를 회상해 본다.

 

 

 - KOC 위원장 : 대한민국은 3,500만 인구를 가진 나라입니다.

 

 - 필자(통역) : Korea has a population of 40million.

 

(※ 당시 우리나라 인구는 4천만에 이르렀기 때문에 필자는 통계에 근접하게 수정 통역하였음)

 

 - KOC 위원장 : 내가 언제 4천만이라고 그랬어? 이 사람 큰 일 낼 사람이구만!

 

 - 필자(통역) : 회장님,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 4천만입니다.

 

- KOC 위원장 : 이 사람아, 통역이 내 말을 그대로 전달해야지, 왜 함부로 고치고 난리야!

 

-  중략  -

 

 - KOC 위원장 : 소련군이 평양에 진군해서 북한을 점령했다구.

 

- 필자(통역) : Soviet troops came into PyeongYang, and they began to rule North Korea when Korean War broke out in 1950.

 

- KOC 위원장 : 이봐, 내가 언제 한국전쟁 이야기했어?

 

- 필자(통역) : 회장님, 제가 추가 설명을 곁들였을 뿐입니다.

 

- KOC 위원장 : 이 사람, 안되겠구만.

 

 

다음날 故 정주영 회장은 정례 회장단 회의석상에서 전날 통역 문제로 필자에 대해서 좋지 않은 평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

 

 

이후 필자는 故 정주영 회장 통역 시에는 아무리 틀린 이야기를 하여도 판박이 통역만 하였고,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그동안 필자에 대하여 많은 칭찬을 하여 주셨고 그랬기 때문에, 혹시 기고만장할까 봐 자만하지 말도록, 가끔 일침을 가하셨던 것이라고 전언하는 것을 들었다.

 

 

 

심지어 현대그룹 사장단 전체 회의에서도 윤군(필자)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칭찬을 하였고, 당시 현대건설 회장이었던 이명박 前 서울시장(추후 대한민국 대통령)께서도 현대그룹 회장비서실에서 필자와 만났을 때 “자네가 그 유명한 윤군인가?”라고 호기심 어린 인사를 건넨 적도 있었다.

 

 

대한체육회장을 그만두시고, 작고하실 때까지 간간이 공식석상에서 만나게 되면, 따뜻하게 격려도 해주시고, 함께 사진도 찍고 다정다감한 면을 많이 보여주셨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Don't let your ordeal get the better of your life deal)」의 주인공이신 정주영 회장께서는 지금은 소떼를 몰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필자는 1983년 故 정주영 회장, 최만립 KOC부위원장 겸 명예총무, 김세원 KOC부위원장(주스웨덴 대사 등 역임) 등과 함께 영국 런던을 경유, 쿠웨이트에서 개최된 OCA(Olympic Council of Asia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총회에 참석차 해외출장을 갔었다.

 

 

경유지 런던에서는 Intercontinental 호텔에서 1박 체류했었는데, 당시 미얀마(현재: 미얀마) 아웅산 폭발사건 이후, 청와대에서 근무하다가 옥스퍼드대학에 유학 중인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아들인 노경호씨와 그와 결혼한 정세영 회장의 딸이 정주영 회장과의 식사에 함께 초대되어 자리를 같이하였다.

 

 

정 회장께서는 영국 런던의 일류호텔인 인터콘티넨탈호텔 스위트(Suite)룸에서 현대 런던지사에서 준비한 한국 식사를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었다.

 

 

그분이야말로 막걸리를 즐겨 드시던 故 박정희 대통령처럼 철저한 신토불이형 한국적 세계인이었던 것 같다.

 

 

식사 후 간단히 주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회장께서는 시계를 보시더니만 “한국으로 전화 대라”하고 현대그룹 비서실장 등 관계 중역들과 국제전화를 이용해 업무를 챙기는 것이었다.

 

 

그 대화 내용을 보자.

 

정 회장 : , 나야. 별일 없나?

 

상대방 : (보고내용설명)

 

정 회장 : 조간신문 3페이지 펴봐. 뭐라고 나왔어? 그래? 별거 아니구만…. 알았어. 그 다음 장에는?

 

정 회장 : 이 사장 바꿔 봐. (잠시 후) 그래, 그 사업건 피져빌리티 써베이(Feasibility Survey:타당성 조사)는 해봤나? 그냥 괜찮은 거야? 좋은 거야?

 

정 회장 : 그러면, 즉시 네고(Negotiate)해서 처리하도록 해.

 

당시 사회 초년병이던 필자는 우선,

 

①영국 런던 일류 호텔방에서 차려 놓은 한국 음식에 대해 놀랐고,

 

②전화통화 내용 중 영어를 전혀 못할 줄 알았던 정회장이 「Feasibility Survey」란 단어를 우리말처럼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데 대해 재삼 놀랐으며, 세계 어디를 가든지 메모수첩 없이 즉각 사업 주요사안에 대해 핵심을 집어내어 그야말로 핵심만(essence)을 선별하는 선구안에 대해서 감탄했다.

 

 

그 후, OCA 총회가 열릴 쿠웨이트 현지에 도착하였다. 그야말로 「왕회장」이 도착하는 까닭에 공항은 「현대 맨」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정 회장의 철저한 「아부성 행위에 대한 혐오」와 효율성, 생산성 제고에 가장 큰 비중을 두는 비즈니스 생활철학에 철두철미한 근대 한국사의 최고의 거상인 정 회장에 대한 영접은 방문목적(OCA 총회 참석)에 따른 조촐함(Simplicity) 그 자체였다.

 

 

비행기 내에서 입고 계신 낡고 색 바랜 초록색 털로 짠 조끼와 낡고 헌 구두를 보고 필자가 정 회장께「영국에 오셨으니, 새로 장만하시지요」라고 건의 드렸더니 「이 조끼는 참 따뜻하고, 이 구두는 언제 신어도 팬해」라고 일축하였다.

 

그러면서, 정 회장 왈 「난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어서 물건 살 엄두도 내지를 못하지!」라는 것이었다.

 

 

OCA 총회 참석 시 필자는 정 회장께 총회 전체 내용 흐름을 뒷자리에 앉아 귓속말로(whispering) 통역해주고 있었다.

 

 

(좌로부터 Monique Berlioux 역대 최강 IOC사무총장<여성>-불어 통역 중인 필자-정주영 KOC위원장)

 

 

주요 내용을 통역해 줄 때마다 양쪽 옆에 한국 측 회의 대표로 앉아 있던 최만립 당시 KOC 부위원장 겸 명예총무와 김세원 KOC 부위원장에게 「지금 저 친구(OCA 회장)가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죠?」라고 통역 내용 진위 내지 충실도를 계속해서 점검하면서 회의내용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사업가로서의 철저함이여!

 

 

회의 휴식시간에 그다음 벌어질 OCA 임원선거에 대하여 후보별 KOC 지지 여부를 위한 품평회에서 정 회장은 KOC 대표들과 함께 숙의하면서 「우리 편」과 「X 표」그리고 「X 표」중에서 「우리 편」성향으로 재분석된 후보에 대해서는 「生이다. 이거지!」하면서 다시 수정 표기하곤 했다.

 

 

정 회장의 사람 다루는 일면을 보여주는 일화를 소개해 보자.

 

쿠웨이트 현대건설 지점장은 백모이사였다. 군기(?)를 잡기 위한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사회 초년병인 필자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이었다.

 

- 정 회장 : (백 지점장을 보면서) 이봐, 자네 나가서 백 지점장 불러와!

 

- 백 지점장 : 제가 백 이사입니다. 회장님.

 

- 정 회장 : 이 사람, 백 지점장 불러오라는데 웬 말이 그리 많아. 어서 냉큼 나가서 그 친구 불러오라니까 그러네. 어서 나가봐!

 

- 백 지점장 : 회장님, 저라니까요.

 

- 정 회장 : 이 친구야,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어서 나가서 백 지점장 찾아오라니까!

 

- 백 지점장 : (할 수 없이 나가버린다. 밖에서 황당한 표정으로 어이없이 서서 대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

 

- 정 회장 : 이봐, 윤군, 어서 나가서 그 친구 들어오라고 해!

 

- 필자 : (백 지점장에게) 회장님께서 이제 들어오라시는데요.

 

- 백 지점장 : 아이 참, 죽겠구만. 회장님께서 나보고 나말고 백 지점장을 찾아오라시는데 어떻게 들어가나요?

 

- 필자 : 지금 저보고 다시 들어오라고 하시니까, 들어가 보시죠.

 

- 백 지점장 : (할 수 없다는 듯 다시 정 회장 방으로 재입장) 회장님, 저 왔습니다.

 

- 정 회장 : ! 백 지점장! 이리와서 앉아봐. 자네 내 얘기 잘 들어. 지금 추진하고 있는 건설 계약건 말인데….

 

-  중략  -

 

- 백 지점장 : (극도로 긴장하고 숨죽이며 평소보다 2~3배 집중력을 보이며 충실하게 정 회장 지시사항을 경청하고 진지한 자세를 취했다.)

 

당시 체육회 김종규 상근부회장과 함께 다음 기착지인 바레인으로 향했다.

 

다음은 바레인 현대건설 지점장 군기 잡는 이야기 

- 정 회장 : 이거 봐, 식사준비 다 되었나? 나랑 같이 오신 손님들께 똑같은 음식 차려오게.

 

- 바레인 지점장 : , 알겠습니다. 회장님.

 

- 정 회장 : (잠시 후 차려온 음식을 훑어보고 나서 큰 소리로) 이 봐!, 자네, 왜 내 말 안 듣는 거야? 음식 똑같이 가져오라고 했잖아!

 

- 바레인 지점장 : 회장님, 똑같이 차려 왔는데요!  

 

- 정 회장 : 이 사람아, 눈은 어디 두고 다니는 거야, 왜 나한테만 오징어 젓갈을 놓고 손님들한테는 없는 거야?

 

 - 바레인 지점장 : (살펴보고 나서) 죄송합니다. 제가 직접 챙기질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회장님. 

 

- 정 회장 : 거짓말만 살살하고, 아부나 떨고 말야. 좋아, 요새 노무자들 몇 시에 일어나나?

 

 - 바레인 지점장 : 새벽 5시에 일어납니다.  

 

- 정 회장 : 5시에 일어난다구? 바레인 땅덩어리가 얼마나 좁은데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뭘 한단 말이야?  

 

- 바레인 지점장 : 6시까지는 세면 등 하고 아침식사를 하고나면 7시가 됩니다. 그때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 정 회장 : “좋아, 그렇다고 쳐. 그러면 이렇게 더운 나라에서 그렇게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설치게 되면 하루종일 능률이 오르겠어?

 

- 바레인 지점장 : 별 탈 없이 잘 소화하고 있습니다.

 

- 정 회장 : 알았어, 이따 현장 돌아보게 헬기 준비시켜.

 

이렇게 한차례 얼차려를 시키고 나면 지점장 이하 모든 식구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업무에 임하게 되는 법이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바레인 현지에서 귀국하기 전 故 정주영 회장께서는 필자를 따로 불렀다. “다들 나가 있으라구!” “윤군, 수고 많았어.” 봉투를 주시면서, “어머니 선물이라도 사드려.”하시며 손을 꼭 잡아주시던 다정다감하신 얼굴이 떠오른다.

 

 

정회장님은 고향인 이북 통천을 그리워하며 평양에 정주영체육관을 건립하여 주었고 소떼를 몰고 북녁하늘로 가셨다가 하늘나라 황소별자리로 영원히 돌아 가셨다.

 

 

(남측 예술단이 2019년 4월3일 평양에서 공연한 류경 정주영체육관/출처: 연합뉴스) 

Posted by 윤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