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외교2021. 4. 18. 11:47

[(특집)외국어 잘하기 위한 비법 시리즈 (토종 영어 불어 정복기 체험담)]

 

아래 글은 필자가 집필하여 첫 출간한  윤강로의 발로 뛴 스포츠외교’ “총성 없는 전쟁책에 실린 글 중 일부다.

 

 

1.   영어의 달인이 되려면…

 

한국에서 태어나 외국 유학 한번 못해보고 ‘영어의 달인’이란 호칭까지 듣고 보니, 쑥스럽기도 하고 과분하기도 하다.

그러나 진정한 ‘달인의 경지’에 미치기 위해서는 영어를 날마다 부담 없는 생활의 일부로 호흡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실천함으로써 평생 실전세계의 수많은 과정을 통해 단련하고, 수련하고, 무엇보다도 대기 중의 공기를 들여 마시듯, 의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주고받다 보면, 그 과정이 곧 영어 수련이요, 그 자체가 훈련 겸 숙달이 된다. 이렇게 하여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가고 나면, 그 과정의 열매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고, 어느덧 주위에선 「영어 잘하는 부류」로 통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모든 외국어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우선 익숙한 기본 단어와 흥미로운 문형을 찾아서(search) 자연스럽게 외우고(memorize), 대화체 내용을 흉내 내고(mimic), 실전에 응용하다(apply)하다 보면, 그냥 걷는 습관처럼, 자전거타기처럼 저절로 몸에 배고(habituated) 입에서 흥얼거리게(murmur) 되고, 그러면 그 자체로서 평소에 외국인과의 막혔던 대화(dialogue)와 회화(conversation)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지 않을까?

 

“아픈 만큼 성숙하리니.(No pains, no gains.)....

“결코, 부담스러워하지 말지어다!(Never feel pressed!)

 

2.   외대 부전공 불어정복기

 

필자는 외국어 대학교 재학시절 영어를 전공하고 제2외국어는 「독일어」를 하다가 부전공으로 「불어」를 선택하였고, 각고의 노력 끝에 외국어 대학교 부설 동시통역대학원(영·불 동시통역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사실 제2외국어는 과목 자체도 필자를 포함한 대개의 경우, 시간 보내고, 시험 점수 잘 받아 이수학점을 성공리(?)에 따는 것이 관건이었지, 2외국어 과목설치 취지대로 선택한 제2외국어를 능숙하게 독해하고 말하고 듣는다는 것은 거의 모든 이들의 관심사가 될 수는 없었다는 것이 실제상황이리라. 하물며, 머리에 털 나고 처음 접해보는 「불란서어」를 부전공으로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요, 무모한 도전으로 실속 못 차린 객기로 느껴졌지만, 어쩌랴.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는데(Dice is cast).

 

대학 2학년 때 시작하는 부전공 불어과목을 불어교육과 1년생들과 합반 형식으로 이루어졌는데, 난생처음 보는 불어 단어, 발음, 문장을 접할 때마다 두통과 멀미까지 느껴졌다.

 

당시 외대 불어과 주임교수이셨던 서정철 선생님께서 불어 부정관사 「un」이 포함된 문장을 읽어보라고 해서 나름대로 예습까지 해 온 터라 조심스럽게 자신만만하게 「앵」하고 읽었더니 「어디서 파리가 날라 다니냐」라고 하였고, 모든 학생들이 박장대소하는 바람에 나는 그만 부끄러워서 몸 둘 바를 몰라했고, 그 후 아무리 발음 연습을 해도 「그놈의 파리」는 나의 혓바닥과 목과 코 사이를 계속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그럭저럭 이 눈치 저 눈치 보아가며 근근 적선으로 학점은 겨우 땄지만, 불어 부전공과목 강의 시마다 주눅이 들어서 「못살겠다. 꾀꼬리」를 하염없이 외쳐 대다가,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수소문 끝에 회현동 신세계 백화점 뒤편에 있는 프랑스 문화원 부설 불어 학원인 「알리앙쓰 프랑세즈(Alliance Francaise」에 등록했다.

 

겨울 방학 3개월 동안 낮에는 기초교양불어과정인 「모제(Mauget)」라고 통칭하는 과목(Cours de Langue et de Civilisation Francaise)을 듣고, 가지고 간 도시락을 먹은 뒤 그 건물 내에 있는 도서실(biblioteque)에서 하루종일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고, 또 저녁때 수강할 불어회화코스(De vive voix)까지 예습까지 하면서 그야말로 불철주야 집중코스(Intensive course) 3개월간 맹진하고 나니까 비로소 불어의 본체를 깨닫게 됐다.

 

그 과정에서 꿈에 불어로 이야기하는 「현몽(Appearance in a dream)」현상까지 생기다 보니 비로소 생소하기만 했던 불어에 대해 애정도 생기고 수업시간에도 인정받다 보니 그때부터 필자에게 펼쳐진 불어의 세계는 실로 예전 같지 않더라는 실제 체험담을 지면을 통해 소개해 보는 것이다.

 

그러한 열공과 정성이 결실을 맺어 외대 동시통역대학원 영어-불어과 입학시험에 당당히 합격하였으며 이후 스포츠외교현장에서 토종 불어 실력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는데 크게 일조하였다.

 

특히 필자가 2008년 올림픽 IOC평가위원으로 결선 진출 올림픽 유치도시 중 프랑스 Paris2008현지 방문 시 프랑스 대통령궁에서 당시 Jacques Chirac대통령과의 단체 면담대화에서 유감 없는 불어를 구사하여 주위를 놀라게 한 바도 있을 정도로 일취월장하기도 하였다

 

(Jacques Chirac프랑스대통령이 보내온 친필 서명과 악수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물론 나도 보통 사람인데 어찌 놀고 싶지 않았겠으며, 불어 공부 자체가 즐겁기만 했었겠는가. 하루에도 열두 번 때려치우고 싶고, 하품과 졸음과 지루함과 지리함이 늘상 엄습해 왔지만, 이러한 「공부 방해 사탄」의 시련을 극기하고자 하는 노력은 우리가 치러야 할 최소한의 대가가 아닐성싶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어학은 배우고 익힌 문장과 단어를 무대 위의 배우처럼, TV 탤런트처럼 라디오 방송국의 성우처럼 상대방과의 실감나는 감정교류를 하듯 마치 역사의 한 인물처럼 그 감동, 그 느낌을 자기 목소리에 실어 크게 소리 내어 실감나게 실전처럼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연습하게 되면, 외국어를 관장하는 神이 반드시 감응하여 그대들을 기필코 도우리라!(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천우신조(天佑神助 Heaven helps and God assists)란 이렇게 간절히 간구하고 노력하는 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3.   조선일보 영어의 달인시리즈 15번쩨 인물 선정

 

아래에 필자의 영어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신문에 났던 기사를 실어 보았다.

 

2000 4 21일 금요일 - 「조선일보 9면」

영어의 달인 시리즈 중 15번째 인물-윤강로 대한체육회 사무차장

 

대한체육회 국제담당 사무차장 윤강로씨는 한국 체육의 얼굴이다. 각종 체육관계 국제회의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 우리나라 입장을 전달하고 새로운 정보를 입수한다. 82년 대한체육회에 입사한 뒤 매년 10여 차례, 지금까지 1500회 이상 각종 국제 대회와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왔다.

 

당연히 영어를 잘하지 않으면 안 될 위치다. 그러나 윤씨는 단 일 년도 외국에서 산 적이 없다. 윤씨는 외국어대 영어과 76학번. 아버지가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어서 어릴 때부터 영어와 가까이 지냈다. 아버지가 그에게 가르친 것은 영어 단어나 문법이 아니었다.

 

영어를 대하는 자세. “한국인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틀리면 어떠냐. 틀리면서 배워나가는 게 외국어다.

 

윤씨는 이후 현장에서 외국인들과 직접 부딪치면서 영어를 배웠다. 그래서 자기 영어를 ‘실전 영어’라고 부른다. 그는 대학 시절 USO(미국 봉사단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한 미군 가족이나 군속, 관광객을 위해 여행 가이드로 일하며 그들로부터 살아 있는 영어를 받아들였다. 판문점이나 경주 등 관광지를 돌며 우리나라 역사와 상황을 영어로 설명하는 일은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

 

대학 3학년 때 교내 영어 경시대회에서 공동 1위의 영어 수필이었지만 더 많은 분량으로 제출한 선배 다음인 가작을 차지한 것도 영어에 자신을 붙게 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박스컵 축구대회가 꽤 큰 국제대회였지요. 그 대회와 세계 여자농구 선수권대회, 세계 사격선수권대회 등 국제 체육대회에서 통역을 맡으면서 체육계와 인연을 쌓았습니다.” 윤씨 영어는 나라에 따라 발음과 악센트가 달라진다. 수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온갖 영어를 하다 깨달은 것이, “나라마다 다른 영어가 있다.”는 것. “어학은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 세계 누구와도 통할 수 있는 영어가 진짜 살아 있는 영어 아닙니까?

 

윤씨는 요즘 영어회화 책을 쓰고 있다. 제목은 ‘쪽집게 영어’라고 붙였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영어 표현을 쉽게 찾아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자녀에게도 “영어를 즐기라.”고 예기한다는 윤씨는 “잘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부딪쳐야 영어가 는다.”며 다시 한번 ‘실전 영어’를 강조했다.

 

 

4.   자신 있는 모국어야말로 최상의 실전 외국어 (Mother tongue is the best foreign language)

 

필자가 대한체육회(Korea Sports Council) 및 대한 올림픽 위원회(Korean Olympic Committee) 국제과장(Director of International Relations) 5년차 시절인 1989년 당시 체신부 우표디자인 실장 겸 KOC(대한 올림픽 위원회) 문화위원(Cultural Commission Member)이었던 이근문 씨와 함께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Lausanne)에서 개최된 세계 스포츠 박물관장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f World sports Museum Director)에 참가했을 때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으로서 영어, 불어, 독어, 이탈리아어가 공통어로 쓰이는 국가인데, 지역별로 4개 국어 중 1개 국어가 중심 외국어로 사용되는바, 로잔 지역은 불어권 지역이므로, 호텔을 제외한 일반 상점에서는 불어가 통용된다.

그 당시, 이근문 위원은 포도가 먹고 싶다고 하면서, 거리에 있는 과일가게로 같이 가서 포도를 사는데 필자가 불어를 하니까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IOC본부 개최 세계스포츠박물관장회의 기간 중 현지 실사에 참가한 각국 대표들/앞 줄 좌로부터 이근문 체신부 우표디자인실장-필자 등)

 

필자는 장난기도 발동하고, 평소 「모국어가 가장 뛰어난 외국어」라는 신념도 실험해 보고 싶은 취지에서, 이 위원한테 필자가 불어 한 마디 안하고 한국어만 사용해서 포도를 구입할 수 있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말도 안 된다」면서, 만약 그리된다면, 그날 저녁식사와 와인 1병을 사기로 약속했다.

 

과일가게에 갔더니 전형적인 스위스 중년여성이 과일을 팔고 있어서, 그 여자에게 “안녕하세요?”하니까 그쪽에서는 “Bon Jour”하면서 “Qu'est que vous desirez?/What do you want?”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시침 뚝 떼고, 포도를 가리키면서 “아줌마, 이 포도 사고 싶은데 얼마죠?” 라고 천연덕스럽게 물었더니, 그 스위스 아줌마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Les raisins?/ 포도 말이유?”라고 되물었다.

 

필자는 손가락 1개를 내보이면서 “무슨 말인 진 모르지만, 이 포도 1kg만 달란 말이에요!”라고 하니까 그 아줌마는 “un kilo?” 라고 하였고 필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요, 1킬로 달란 말이에요”라고 하니, 저울에 1kg의 포도를 달아 종이에 둘둘 말아 주면서, Huit francs! 8 스위스 프랑!”이라고 했고, 필자는 “얼마라구요? 8프랑?” 하니까, 손가락으로 8을 표시해 주고 옆에서 지켜보던 이 위원은 8프랑을 지불하면서, 의아해하면서, 신기해했다.

 

포도가게 스위스 아줌마는 “Merci! Au revoir!/ Thanks! See you again”이라고 인사했고 필자는 “그래요, 또 봐요.”라고 하면서, 프랑스 과일 상점에서의 포도 구매는 불어 한마디 쓰지 않고 한국어로 100% 성공하였다.

 

아직 미심쩍은 표정의 이 위원은 호텔로 돌아와 필자에게 room maid 아줌마한테 불어로 실내화 한 켤레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였고, 필자는 한국어로 “쓰레빠를 달라고 해봐라.”고 하니까, 이 위원은 놀리지 말라고 하면서 다시 부탁하자, 필자는 마침 객실 옆을 지나가는 room maid아줌마에게, 내 발을 가리키면서 “아줌마, 이 아저씨한테 쓰레빠 한 켤레 좀 가져다 주시구레.”하니까 필자에게 “Les pantoufles?”하면서 곧바로 쓰레빠(slippers)를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어때요? 한국말이 어설픈 영어나 불어보다 훨씬 더 자신만만하고 편하고, 효과적이지 않아요? 그날 저녁식사와 와인의 맛은 그야말로 죽여주게 맛있었구말구. 내기는 어디까지나 내기니까!

 

여러분들도 외국여행가서 말이 안 통할 경우, 우리말로 보디랭귀지(Body Language; 보다 정확히는 Sign Language)를 섞어서 사용해 보시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리라.

 

p.s. 화날 때 어설픈 외국어로 그대로 표현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니까 이 경우에는 차라리 늘 애용하셨던 우리의 고유한, 빵빵한, 휘황찬란한 한국말 욕지거리를 시원하게 해 보시라구요! 스트레스 확 풀리죠, 상대방이 잘못 알아들어 황당해하는 모습도 함께 즐겨가면서 말이에요.

 

 

*References:

-윤강로 저서 총 없는 전쟁” 에서

Posted by 윤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