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dney2000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대한민국국기인 태권도는 이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K-Sport의 진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때는 올림픽정식종목 잔류 위기가 있기도 했지만 24년이 지난 오늘날 태권도는 스포츠 개발도상 국가들에게 올림픽에서 단기간 내에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신데렐라 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어서 IOC도 이제는 태권도를 올림픽의 안전한 핵심 종목(Core Sport)으로 간주하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합니다.
다음은 故 김운용 세계태권도연맹 창설 총재가 본 태권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故 김운용 IOC부위원장이 2015년 필자에 증정한 “김운용이 만난 거인들” 책 첫 페이지에 친필로 쓴 글)
[김운용의 산고곡심(55)]태권도, 끊임 없는 개혁만이 올림픽 잔류의 길/2013년 3.25]
【서울=뉴시스】'한류 1호' 한국의 국기 태권도가 세계화에 성공하고 1994년 파리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85대0이라는 전무후무한 표차로 2000시드니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지 벌써 20년이 되어간다.
대체적으로 다른 종목들이 100년에 이룬 것을 태권도는 20년 만에 올림픽 종목 채택을 해냈다고 한다.
태권도는 지난 12~13일 열린 스위스 로잔 IOC 집행위의 25개 올림픽 핵심 종목(Core Sport) 선정에서 근대5종과 함께 퇴출 종목 후보군에 올라 있었고 한 종목이 나오면 들어가기 위해 가라테, 야구· 소프트볼, 우슈, 스쿼시 등이 대기하고 있었다.
얼마 전 IOC 프로그램위원회 회의에서부터 선수가 별로 없고 여성 임원도 없는 그레코로만형 레슬링이 의외로 부적격 대상이 된 후 근대5종과 태권도는 잔류하고 제1회 올림픽부터 전통을 자랑해 온 레슬링이 전격 퇴출됐다.
IOC 집행위의 결정이 알려진 직후, IOC 집행부와 통화를 했더니 이번 결정은 9월 총회의 인준 사항이나 태권도에 대한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없고, 레슬링은 총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모른다고 밝혀 잔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정 직후, 나는 스위스 로잔에 나가 있는 세계태권도연맹(WTF)과 우리 정부 관계자로부터 감사하며 이제 한시름을 덜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일본의 한 스포츠신문은 태권도가 잔류하게 된 것은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각별히 부탁한 덕이라고 폄훼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레슬링 퇴출은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 일본, 이란, 터키와 미국에서 분노를 불러일으켜 24시간 만에 6만명의 서명자가 페이스북 캠페인에 참여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2020년 올림픽을 보이콧하라는 탄원까지 있었다.
IOC 집행위원들도 놀라서 이번 결정이 최종은 아니라며 기회가 있다고 하고, 5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있는 IOC집행위에서 가라테, 스쿼시, 레슬링 등 세 종목을 9월 총회에 제안해 총회가 최종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토마스 바흐 IOC 부위원장은 말하기도 했다. 무마하려는 분위기다.
로게 위원장도 국제레슬링연맹(FILA) 회장을 곧 만나 방법이 무엇인지 상의하겠다고 했다. 또 상트페테르부르크 IOC집행위 기간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로게 위원장을 만나 직접 담판한다는 베스코프 대통령 보좌관의 담화가 나왔다.
겁 많은 로게가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거리다. 국제레슬링연맹은 태국에서 비상집행위를 열고 라파엘 마르티니티 회장을 불신임하고 올림픽 복귀를 위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회장 대행체제에 들어간 국제레슬링연맹은 윤리위원회와 여성위원회도 만들었다.
팬암(Panam· 범아메리카)연맹 회장 마리오 바스케스 라나도 고대 올림픽부터 내려온 레슬링을 다른 인기 없는 종목은 놓아두고 이렇게 퇴출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며 올림픽운동은 옛날 본연의 것이 아니라며 PASO(범미스포츠기구) 40개국은 레슬링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IOC가 위선과 분열 상태에 있으며 이번 결정도 윗선에서 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한국의 한류 1호인 태권도는 20년 동안 남들이 100년에 걸쳐 이룬 것을 해냈다. 자력으로 1972년 국기원을 건립하고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을 창설하고 경기 규정을 만들고 세계화에 박차를 가해 세계 204개국에 7000만의 태권도 인구를 거느리게 됐다.
무도(武道)에서 무도스포츠로, 경기규칙도 세계가 받아줄 수 있게 현대화하고 안전을 위해 헤드 기어와 전자호구도 개발했다. 남의 경기를 보고 좋은 것을 따면서 1971년부터 개혁을 한 것이다.
분립해 있던 청도(엄운규)·무덕(홍종수)·창무(이남석)·지도(이종우)·한무(이교윤) 등 30개관도 통합하고 각 관이 각자하던 승단 심사도 국기원으로 통일하고, 국기원에 연수원을 창설하고 사범교육제도도 시작했다.
또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에서는 1000여명의 공수단 장병들이 태권도시범을 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두 번 시범경기를 했다. 특히 바르셀로나에서는 2종류의 시범경기가 결정돼 있는데도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이 헌장을 수정하면서까지 태권도를 추가해줬다.
서울올림픽 준비 기간 방한하는 미국, 소련, 중국, 동·서독, 영국, 스페인 등 전 세계 체육지도자와 IOC위원, 국제연맹회장들에게 태권도를 보여줬다.
사마란치 전 위원장도 서울올림픽 개최 준비 점검차 처음 서울을 방문했던 1982년 4월10일 국기원을 찾았고 태권도 보급 현황을 보고받았다. 그리고 팬암·아시아·아프리카 등 모든 대륙게임에 태권도가 들어갔다.
레슬링은 IOC 내 보호세력이 없고 개혁도 하지 않았다는 평가인데 태권도는 1994년 파리 IOC총회에서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을 때 후원해준 세력이 아직도 IOC집행위 안에 있다. 토마스 바흐(Thomas Bach), 세르미앙 능(Sermiang NG), 크레그 리디(Craig Reedie), 존 코츠(John Coates) 등 4명의 부위원장과 집행위원 ⅔가 이번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잔류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국제 외교에는 힘이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실례다.
1994년 파리 IOC총회에서 트라이애슬론처럼 태권도에 남녀 1체급씩 채택하자는 것을 남녀 4체급씩 8체급으로 수정 제안하고 1개국 최대 4체급씩 출전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한국의 메달 독식에서 오는 역풍을 막으면서 최대 4개의 금메달을 딸 수 있게 안전장치를 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이 귀국 후에 태권도가 이번에 살아남았지만 안전하지 않고 계속 개혁해야 한다고 조언을 했다고 한다.
IOC는 현대화와 개혁을 위해 스포츠 종목 물갈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태권도도 2017년 핵심 종목 선정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권도는 그동안 조직적인 체계와 분석적인 방법론에 의거해 현대 무도스포츠로 발전해오면서 30개로 분립됐던 관과 승단심사를 통일하고 현대적인 룰을 만들고 GAISF(1925)·CISM(1976)·FISU 등 각종 국제기구에 들어가고 1980년에 모스크바 IOC총회에서 승인을 얻으면서 국제화의 길을 달렸다.
1984년 LA올림픽에서의 복싱 경기를 보고 스포츠의 안전을 위해 헤드기어를 도입하고 펜싱에서는 승부 판정의 투명성을 위해 전자호구를 따와 태권도에 적용했다. 그러면서도 태권도를 스포츠화했다고 해도 도장에 가면 무도정신과 전통을 유지하면서 발전하도록 한 무도스포츠다.
태권도는 한국을 사랑한 사마란치 전 위원장 시절에 거저 들어온 행운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끊임없는 개혁이 있어야 한다. 태권도라고 해서 레슬링처럼 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태권도의 인기, TV방영, 마케팅, 보급, 진흥, 전통, 국제성 등에서 타 종목보다 앞서고 육상, 수영, 복싱, 펜싱, 농구, 배구, 가라테, 우슈 등 모든 종목과 경쟁하는 자세로 사랑받는 세계의 무도스포츠가 되도록 끊임없는 개혁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