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외교2021. 7. 30. 12:50

[윤강로 스포츠외교관 에피소드 39(시리즈 3편 그리스 IOA올림픽사관학교 정규과정 대한민국 KOC참가대표 생생기행문)]

 

<고대 올림피아에 위치한 IOA 본부>

 

다음날(75) 아침 일찍 각국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는 코린트와 그리스의 관문인 파트라스를 경유하여 고대 올림피아에 도착하였다.

 

지중해성 기후에 건기를 맞이하여 햇볕은 쨍쨍 내리쬐고 타는 듯이 뜨거웠으나 무덥지는 않았다. 맑은 공기와 수려한 자연경관에 모든 참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IOA회장 Nissiotis<좌측>外 지휘부 임원 진<우측>)

 

IOA 본부에 도착하자 먼저 방 배정을 하였다.

 

전년도 참가자들에 의하면 사이프러스 출신인 턱수염이 울창한(?) 스테파노 영감을 찾아 선물공세를 하면서 부탁하면 좋은 방을 우선 배정해 줄 것이라는 귀띔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지라, 우리 일행은 먼저 스테파노 영감의 소재부터 알아보았으나, 불행히도 당시에는 사정상 올림피아에 오지 못하게 되어있다는 이야기였다.

 

 

(고대 올림피아 유적지 시찰 중 각국 참가자들과 함께<정면 가운데가 필자-캐나다 NOC출신 참가자>)

 

IOA 교육참가자 숙소배정은 국제친선을 도모한다는 취지 하에서 각국 참가자들을 임의로 섞어 8~10인씩 1방에 배치함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물론 남녀 별도배정이며 부부 사이라 할지라도 혼숙이 금지되어 있다.) 우리 일행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대개 동양권 사람들이 대중 지향적이 되지 못하고, 더구나 외국어 의사소통이 그리 원활하지 못한 관계로 이대로 2주일간을 견딘다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을 것이리라.

 

더구나 방의 시설을 살펴보니 칸막이 샤워, 화장실 및 세면대가 각각 2개씩 밖에 구비되어 있지 않아 이 또한 많은 불편을 안겨줄 것임이 명약관화(明若觀火) 하였다.

 

모두들 암담한 표정이었다. 피곤해하는 우리 일행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잠자리를 편히 해주어야만 하겠다고 스스로 다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였겠다.

요리조리 궁리 끝에 묘책을 내어, 많은 참가자들도 방 배정에 불만을 표시하여 모두들 바꿔달라고 아우성치는 판에 끼어들어 관망하다가 책임자 격인 직원에게 우리 일행 중 몇몇이 만성(CHRONIC) 불면증(INSOMNIA) 환자들이라고 정색을 하면서 호소하니, 그 와중에도 신경이 날카로워진 실무자에게 그 뜻이 전달되었고 그도 하는 수 없이 강사들에게 배정되는 안락한 방을 결국에는 우리 일행들에게 강사 용 21실 숙소 여러 개를 배정하여 주었다.

 

영어 어휘력과 위기(?)상황 임기응변이 안락한 숙소 배정에 견인차 역할을 해 줄 줄이야~ (English Word Power made our Stay in Olympia Easy!)

 

(좌로부터 IOA숙소배정책임직원, IOA Social Evening 총 책임자인 VASSOS CONSTANTINOV, 필자, 이성민 SLOOC국제과팀장)

 

 

그리하여 우리 일행은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다소 미안하였지만 어쨌거나 오붓한(?) 잠자리를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일행은 아테네에서 거의 7시간 걸린 장거리 버스 여행과 뜨거운 햇볕에 지친 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듯이 짐을 옮겨 보금자리(?)를 차지하고, 스케줄에 따라 근방에 있는 올림피아 유적 박물관 및 올림픽 성화를 채취하는 고대 올림픽 개최지 및 제우스 신전 등 유적지 등을 신나게 다니면서 연방 사진도 찍고 답사도 하며 일과를 즐겼다. 이렇게 하여 올림피아에서의 첫날은 지나갔다.

 

 

(IOA최고 명당의 안락한 숙소 배정 후 대한민국 KOC참가대표단 일행/배정 숙소 앞에서/좌로부터 홍상표 당시 부산시체육회 사무처장, 이병훈 체육부 사무관<현 국회의원>, 필자, 김호 미국태권도협회 직원<AIBA사무총장 역임>, 이성민 SLOOC국제팀장, 이헌수 참가자, 양승관대한체육회 직원)

 

<48개국서 178, 8시 반부터 강의 시작>

 

76일은 일요일이었지만 아침 9시부터 제26 IOA 교육 개막식을 포함하여 강의 등 정식으로 아카데미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올림픽 찬가가 울려 퍼지고, 그리스 IOC 위원이며, IOA회장인 니시오티스(Nissiotis)교수의 개막연설과 이 지방 지사의 환영사 등이 있었고 이어 IOA학장이자 모든 강의의 진행을 도맡아 담당할 오토 슈미체크 박사가 교육참가자 전원을 알파벳순으로, 국가별로 신상 소개를 하였다.

 

(좌측: Nissiotis IOA회장부부와 필자/우측: 오토 슈미체크 IOA학장과 함께)

 

참가자수는 모두 48개국 178명에 이르렀다.

 

이중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대만(Chinese Taipei), 홍콩, 인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 7개국 20명이 참가하였다.

 

이어서 IOA 본부 전면에 있는 계단에 모두 모여 기념촬영을 한 다음, 근대 올림픽의 부활자인 쿠베르탱 남작과 IOA의 창설자인 칼 디엠(Karl Diem) 및 존 케씨아스(John Kecias), 세 분의 기념비 앞에서 헌화하고 묵념하였다.

 

 

(그리스 고대 올림피아에서 IOA각국 참가자들과의 기념 촬영)

 

올림피아에서의 하루 일과는 먼저 기상과 동시에 은은한 음악이 새벽의 적막을 적시면서 시작된다. 아침 6시 반부터 에어로빅댄스 및 조깅, 그리고 인근에 있는 크로니온산 정상까지의 산책 등으로 나뉘어 많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받아들여 건전한 신체의 바이오리듬을 모든 참가자들이 즐기도록 배려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참여하는 인원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인지상정인가보다!

 

7시부터 8시까지라야만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침식사라야 삶은 달걀 1개에 토스트 2조각과 커피 또는 차 한 잔이 고작이다. 그러나 그나마 먹어 두지 않으면 오후 1시까지 쫄쫄 굶으면서 오전 강의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 전날 아무리 늦게 취침한다 할지라도 7시에는 기상해야 했다. 아침 830분부터 첫 강의가 시작되어 1시간 단위로 되어 있으나 강의 후 질의 응답 순서가 있기 때문에 100분짜리 수업이라고 해야 적당했다.

 

점심식사시간 전까지 3개의 강의가 계속되며, 오후 1시부터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5시에 오후 강의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오수시간으로 되어있으나 대다수 참가자들은 이 시간을 이용하여 스포츠를 즐기거나 고국으로 전화를 하거나 잡담을 하거나 구내 풀장에서 일광욕과 수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상단: IOA본부 실외 수영장에서 영국 대표 참가자 및 호주 대표 참가자와의 다정한 한 때/하단: 고대 그리스 유적지에서 자연인이 되어 보았다)

 

부대시설로는 200명가량을 수용하는 통합강의실, 통합식당, 4개의 탁구대와 음료수 만을 판매하는 매점이 한 군데 모여 있는 휴게실, IOA 회장실과 IOA 행정사무실, 도서실, 우체국 겸 간이은행, 국제전화통화용 공간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행정편의 블록과 3개 동으로 되어있는 숙소, 운동장, 농구대, 배구대, 풀장 등으로 되어 있으며 사이사이마다 푸릇푸릇한 잔디와 울창한 나무들이 계속 교대로 돌아가며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주는 스프링클러 덕분에 보는 이의 가슴을 탁 트이게 해주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나게 해주었다.

 

 

(오전 강의 후 IOA본부 뒷산에 마련된 실외 모임실에서 주제 별 그룹 별 분임토의 중인 필자가 속한 참가자 그룹 일행과 함께)

 

다시 오후 5시에는 수업 종이 땡땡 울리고, 4시부터 아이스크림 또는 복숭아 등으로 간식을 먹고 난 참가자들은 더위를 피해 강의실로 모여들어 그날의 마지막 강의에 진지하게 임하였다. 8시부터 저녁식사를 하고 9시에는 역대 올림픽의 개폐막식 및 감명 깊었던 경기장면을 영화로 보여주었다. 이러한 영화상영은 참가자들의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매일 밤 상영하는 것은 아니었다.

 

IOA 기간 중 3번에 걸쳐 저녁 9시부터 친선장기자랑 겸 사교의 밤(SOCIAL EVENING)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것은 각국 참가자들이 각자 고유의 춤, 노래 등을 소개하고 함께 참여토록 하여 정겨운 국제친선을 도모하는 한여름 밤 추억과 꿈(Mid-Summer Night Dream)의 사교모임으로서, 계속되는 강의에 새로운 활력과 각국 참가자 상호간의 우애를 돈독히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간은 IOA 프로그램 중 단연 최고의 참여도와 인기를 누렸다.

 

바쏘스 콘스탄티노프(VASSOS CONSTANTINOV)는 사이프러스 사람으로서 10여년간 IOA SOCIAL EVENING 사회진행 및 교육참가자들의 모든 과외 여가선용 활동 안내 및 지도는 물론, 친절한 해결사 노릇까지도 도맡아 하는 유머와 익살이 풍부한 IOA의 최고 익살꾼으로 역대 IOA 교육참가자들로부터 인기와 사랑을 독차지하는 IOA의 숨겨놓은 보물 1호라고 해도 좋을 만했다.

 

 

(IOA참가자들과의 즐거운 댄스 파티 모습)

 

 

각국 참가자들의 출연신청이 연일 쇄도하여, 우리나라 참가자들은 ’86 및 ’88 양 대회 주최국의 아량을 베풀어 예정된 두 번째 날에 참가키로 양보하기도 하였다.

 

첫 번째 무대에 선보인 그리스 고유의 발랄한 춤사위는 이를 지켜보는 모든 참가자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였으며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특유의 민속춤 또한 발랄함과 경쾌함으로 한껏 분위기를 돋구었으며, 대만 참가자들도 필요한 의상을 갖추고 나와 음악에 맞추어 민속무용과 쿵푸시범을 보여 장내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To be Cont’d…

Posted by 윤강로 (Rocky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