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외교2011. 7. 1. 16:22
"Feeling Momentum in the 2018 Olympic Bid Campaign"(2018 동계올림픽유치전에서 승기/계기(Momentum)느껴보기)란 제목의 글을 통해 2018년 유치경쟁의 국제언론의 시각을 관찰해 보자.





2018 동계올림픽 유치전의 막바지인 현재, 평창이 간발의 차로 앞선 가운데 뮌헨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으며 두 발짝 떨어진 안시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물론 유치전은 경마경기가 아니고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마력(馬力)이 아니라 IOC 위원들의 투표지만, 이러한 비유에서 많은 것들을 유추할 수 있다.

출발선을 떠날 때부터 평창은 지난 두 번의 유치 경험을 바탕으로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혔으나, 이번에는 기수가 대한항공 회장인 조양호 유치위원장으로 바뀌었다.




         (2018평창호의 선장 조양호 한진그룹회장)

뮌헨도 출발이 빨랐지만 페이스는 조금 느렸었다.
첫 동계올림픽 유치이기에 제반 계획과 컨셉 등을 잡는 초기 과정이 필요했지만 토마스 바흐 IOC 부위원장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준수한 경쟁 펼쳐왔다.

               
IOC Vice President, Thomas Bach (ATR)


안시는 출발도 가장 늦었고, 당시 유치위원장 에드가 그로피롱은 유치위 조직도 미흡하고 재원도 부족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따라서
안시는 아웃사이더로 취급돼어 온 셈이다.



IOC는 후보도시 명단과 보고서를 발표하며 처음으로 공식화된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평창, 뮌헨은 좋은 성적을 받았고 안시는 여러 문제들을 신속히 개선하라는 지적 받았다.
 
아마 신청도시 수가 더 많았다면 안시는 커트라인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Le Mont Blanc
  (알프스 사브와/Savoi 몽블랑/Mont-Blanc 전경/설상경기장/출처: annecy2018.com 홈페이지)

안시는 IOC의 지적에 따라 베뉴플랜을 개선했지만 그걸로는 역부족인 느낌이다. 
그로피롱은 재정 문제를 이유로 2010년 말 사퇴했고, 유치위원회는 사업적, 정치적 기량으로 재원을 끌어모을 수 있는 성공적인 기업가 출신의 베그베대를 새 유치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유치는 이미 많은 손해를 입은 상태가 되고 말았다.


(신임 안시 2018 유치위원장 Charles Beigbeder<좌측>과 사임한 전임 유치위원장인 Edgar Grospiron<우측>/ATR)



뮌헨은 선두 평창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지만 가르미쉬-파르텐키르헨 지역 토지소유자들의 비협조와 반대자들의 주민투표 요구 등으로 부진한 움직임으로 주춤하는 듯 했다.

이 와중에 평창은 방해물도 없고 때로는 하늘의 도움을 받으며 순항한 듯 보였다.
적설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때마침 IOC 실사단 방문에 맞추어 기록적인 폭설이 경기지역을 뒤덮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

 

                                        (2018년 IOC실사 평가단이 눈 덮인 알펜시아 스키점프장을시찰하고 있다.)


하지만 뮌헨은 페이스를 유지했고 로잔 P/T를 앞두고 토지문제와 주민투표를 성공적으로 또 극적으로 마무리 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

평창이 로잔에서 김연아 선수를 내세우며 유치활동을 펼쳤지만, 뮌헨과 평창 사이의 간극이 매우 좁혀지고 있음이 명백했다.

김연아 "2018 동계올림픽 유치 느낌 좋아요"
(평창=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18일 오후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8 평창 유치 기원 '평창 스마트 콘서트'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인 '피겨 퀸' 김연아가 관객들과 동계올림픽 유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1.6.18 yoo21@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yoo21/

                 (2014년 평창 유치 국제사무총장시절 필자와 세계피켜 퀸 김연아 그리고 이봉주 선수)




유치전을 지켜본 언론과 분석가들은 모두 평창을 선두로 꼽고 있지만, 평창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선두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여러 경험상 선두주자가 항상 승리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초반에 너무 빨리 달린 말은 경주가 끝나기도 전에 지칠 수 있는 반면 페이스를 지킨 말들은 막바지 모멘텀을 유지, 발전시켜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과거 유치사례들을 다시 되돌아보면, 평창의 2010 유치(bid)는 초기에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심지어 후보도시 명단에 든 것 자체가  대단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믿을만한 유치로 변화했고 모멘텀을 키워나가 1차 투표에서 승리하고 최종 투표에서 아깝게 밴쿠버에 패했다.


                        (2010년 평창의 동계올림픽유치 당시 IOC현지실사 평가단과 평창2010유치위원회와 연석회의 장면)


2012 올림픽 유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파리의 승리가 점쳐졌고, 런던의 유치는 초기에 여러 논란 속에서 출범했지만 유치위원장이 Seb Coe로 교체되며 모멘텀을 키우기 시작했다. 


투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도 런던이 뒤진 것으로 평가됐지만 그 시간에 토니 블레어 총리가 IOC 위원들을 만나 악수와 환담하며 몇 표를 추가 획득한 것이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


(ATR) Wenlock and Mandeville /런던 올림픽 마스코트 한쌍



평창이 2010 유치 때 놀라운 성과를 보였기에, 2014때는 선두주자로 꼽혔고 경쟁도시 잘츠부르크와 러시아 소치는 뒤쳐진 것으로 평가됐다. 

아웃사이더로 치부되던 소치는 굉장한 예산과 한 도시 전체를 탈바꿈시키겠다는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모멘텀을 쌓기 시작했고, 마지막까지 과테말라 총회장에 아이스링크를 통째로 가져와 설치하고 푸틴 총리가 IOC 위원들을 상대로 생애 최초의 영어 연설을 하는 등 캠페인을 이어나가 결국 승리를 쟁취하였다.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speaking to the IOC Session in Guatemala. (ATR)


2016 올림픽유치 때는 모두 하계올림픽을 다시 미국에서 할 차례고, 오바마 대통령의 고향인 시카고가 개최도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2009년 코펜하겐 IOC총회에서 시카고 후보도시 대표단 일원으로 프레젠테이션 중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브라질 리오는 헌난한 지형과 갱단폭력의 위험으로 낮은 성적을 받으며 후보도시에 포함됐으나,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를 고용하고 역사상 최초의 남미 대륙 올림픽 개최라는 메시지를 개발하고 전파하면서 모멘텀을 구성하는데 성공하였다. 

이제는 유명해진 올림픽 개최도시 세계지도를 마스코트로 삼으며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했고, 마침내 투표일에는 누즈만 유치위원장과 룰라 대퉁령의 카리스마가 승리를 가져왔다.


                  (2009년 10월2일, 2016년 리오가 올림픽개최도시로 확정되면서 
                              드디어 남미대륙에도 “1”이란 숫자가 빛을 발하고 있음)



                      (2008년 IOC 평가위원회 파리 실사 방문 시 엘리제궁에서 IOC 실사평가단 일행을
                    당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영접하고 있음/ 맨 좌측이 Rio 2016 유치위원장 겸
                       브라질 IOC위원 Carlos Nuzman, 중앙이 IOC평가위원장 Hein Verbruggen,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악수 중인 필자)




과거 유치사례들를 지켜봤다면, 기술적으로 최선의 유치후보도시가 승리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을 것이다.

이는 지정학적 요건, IOC 내부정치, 후원자들의 영향력, 재정적 능력, 심지어 운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인데, 그 중에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모멘텀이다.

모멘텀은 보이거나 만지거나 냄새를 맡을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2009년 코펜하겐 총회 때 리오가 P/T를 진행하는 회의장 안에는 모멘텀이 가득했고 그동안 면밀히 준비되고 조율됐던 모든 요소들이 단 한 순간 완벽히 결합하는 느낌이 들었고, 그 순간 리오의 승리를 예감할 수 있었다.

2018
유치전을 바라보면, 어려운 이슈들을 해소하고 메시지를 개발시킨 뮌헨이 현재 모멘텀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Skating legend Katarina Witt is part of the Munich 2018 team. (ATR)


하지만 이 모멘텀이 끝까지 유지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으로, 각 후보도시들이 더반에서 IOC 위원들과 교류하고 마지막 P/T를 지켜봐야 한다.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IOC 위원들도 여럿 있지만, 몇몇은 끝까지 선택을 미룰 것이고 이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창은 지난 10년의 모멘텀을 풀어놓고 P/T (리오와 같은) 완벽한 순간을 만들 기회가 있다.

안시가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무언가 기념비적인 계기가 있어야겠지만, IOC 투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평창과 뮌헨이 막상막하로 경쟁하고 있으며, 투표가 시작되는 그 시간까지 각 후보도시는 다투어야 한다는 점이다.

 



Posted by 윤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