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외교현장이야기실록108편(스위스 Lausanne 현장 증명 자신 있는 모국어야말로 최상의 실전 외국어Mother tongue is the best foreign language구사 현장 OST)]
필자가 대한체육회(Korea Sports Council) 및 대한 올림픽 위원회(Korean Olympic Committee) 국제과장(Director of International Relations) 5년차 시절인 1989년 당시 체신부 우표디자인 실장 겸 KOC(대한 올림픽 위원회) 문화위원(Cultural Commission Member)이었던 이근문 씨와 함께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Lausanne)에서 개최된 세계 스포츠 박물관장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f World sports Museum Director)에 참가했을 때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박물관장회의 현지 답사 사진<사진 좌측> 및 이근문실장<우측 사진 우측>과 함께 Calgary1988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와 함께)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으로서 영어, 불어, 독어, 이탈리아어가 공통어로 쓰이는 국가인데, 지역별로 4개 국어 중 1개 국어가 중심 외국어로 사용되는 바, 로잔 지역은 불어권 지역이므로, 호텔을 제외한 일반 상점에서는 불어가 통용된다.
그 당시, 이근문 위원은 포도가 먹고 싶다고 하면서, 거리에 있는 과일가게로 같이 가서 포도를 사는데 필자가 불어를 하니까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필자는 장난기도 발동하고, 평소 「모국어가 가장 뛰어난 외국어」라는 신념도 실험해 보고 싶은 취지에서, 이 위원에게 필자가 불어 한 마디 안하고 한국어만 사용해서 포도를 구입할 수 있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말도 안 된다」면서, 만약 그리 된다면, 그날 저녁식사와 와인 1병을 사기로 약속했다.
과일가게에 갔더니 전형적인 스위스 중년 여성이 과일을 팔고 있어서, 그 여자에게 “안녕하세요?”하니까 그쪽에서는 “Bon Jour”하면서 “Qu'est que vous desirez?/What do you want?”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시침 뚝 떼고, 포도를 가리키면서 “아줌마, 이 포도 사고 싶은데 얼마죠?” 라고 천연덕스럽게 물었더니, 그 스위스 아줌마는 어깨를 으쓱 이면서 “Les raisins? / 포도 말이유?”라고 되물었다.
(IOC 지정 본부호텔인 Lausanne Palace호텔 및 Chateau de Vidy IOC본부 앞에서)
필자는 손가락 1개를 내보이면서 “무슨 말인 진 모르지만, 이 포도 1kg만 달란 말이에요!”라고 하니까 그 아줌마는 “un kilo?” 라고 하였고 필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요, 1킬로 달란 말이에요”라고 하니, 저울에 1kg의 포도를 달아 종이에 둘둘 말아 주면서, “Huit francs! 8 스위스 프랑!”이라고 했고, 필자는 “얼마라구요? 8프랑?” 하니까, 손가락으로 8을 표시해 주고 옆에서 지켜보던 이 위원은 8프랑을 지불하면서, 의아해하면서, 신기해했다.
(2019년 Olympic House신축 IOC본부 이전 1년 전인 2018년까지 IOC본부였던 건물 현관에 위치한 쿠베르탱 근대올림픽 부활 주창자와 함께/우측은 IOC올림픽박물관 내에 비치된 평창2018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옆에서)
과일(포도)가게 스위스 아줌마는 “Merci! Au revoir!/ Thanks! See you again”이라고 인사했고 필자는 “그래요, 또 봐요.”라고 하면서, 프랑스 과일 상점에서의 포도 구매는 불어 한마디 쓰지 않고 한국어로 100% 성공하였다.
아직 미심쩍은 표정의 이 위원은 호텔로 돌아와 필자에게 room maid 아줌마한테 불어로 실내화 한 켤레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였고, 필자는 한국어로 “쓰레빠/슬리퍼를 달라고 해봐라.”고 하니까, 이 위원은 놀리지 말라고 하면서 다시 부탁하자, 필자는 마침 객실 옆을 지나가는 room maid아줌마에게, 내 발을 가리키면서 “아줌마, 이 아저씨한테 쓰레빠/슬리퍼 한 켤레 좀 가져다 주시구레.”하니까 필자에게 “Les pantoufles?”하면서 곧바로 쓰레빠/슬리퍼(slippers)를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어때요? 한국말이 어설픈 영어나 불어보다 훨씬 더 자신만만하고 편하고, 효과적이지 않아요? 그날 저녁식사와 와인의 맛은 그야말로 죽여주게 맛있었구말구. 내기는 어디까지나 내기니까!
여러분들도 외국여행가서 말이 안 통할 경우, 우리말로 보디랭귀지(Body Language; 보다 정확히는 Sign Language)를 섞어서 사용해 보시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리라.
P.S. 화날 때 어설픈 외국어로 그대로 표현했다 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니까 이 경우에는 차라리 늘 애용하셨던 우리의 고유한, 빵빵한, 휘황찬란한 한국말 욕지거리를 시원하게 해 보시라구요! 스트레스 확 풀리죠, 상대방이 잘못 알아들어 황당해하는 모습도 함께 즐겨가면서 말이에요. 단, 얼굴은 평온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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