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영어와 생동감이 차고도 넘치는 영어번역(Dynamic English Translation)과 참신한 영어통역(Charming English Interpretation)실화(Episode)시리즈]

 

*생동감 있는 우리말과 번역 참 통역

 

"영화 미나리(Minari)를 통하여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한국영화사상 금자탑을 이룩한 윤여정 여배우가 Best Supporting Actress Award(조연상)수상소감메시지 표명 영어가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훔쳤다고 한다.

윤여정 배우의 기나긴 영화와 영어 여정을 통해 체득한 그녀만의 독특한(~이크/Unique)한 내공이 한데 합쳐져 나온 진솔하고 현장분위기를 압도하는 쉬운 영어 소감이었지만 세계인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영어소감메시지가 자못 인상 깊었다."

 

필자는 특히 우리말 표현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우리말 표현은 살아 숨 쉬듯 생동감 있게(vividly), 그 표현을 들으면 감동과 감흥이 함께 어우러져 감명 깊게(impressively), 또한 마음에 담긴 속내까지 은연중에 정확하게(precisely) 전달되는 지구상에서 인류가 떠들어대는 수천 가지 언어 중 한국어야말로 언어 중에 백미(Best of the Best)라고 자부한다.

 

정말이지 필자도 여러 개 외국어를 배우고 구사하고 있지만 한국어처럼 심오하고(profound) 심금을 울리는(touching heartstrings) 외국어를 듣고 느껴본 적이 없다.

 

이 세상의 어떠한 종류의 소리도 발음이 다 되고, 심지어 바람소리, 동물 울음소리 등도 우리말로 표현하고 발음해야 감칠맛(savory taste)도 나고 생동감(vividness)이 전해진다.

 

색깔 표현은 그 어느 외국어도 우리말처럼 다양하게 묘사되질 않는다. 필자는 가끔 유행하고 있는 재미난 우리말 표현을 딱 들어맞고 감칠맛 나는 영어 표현으로 옮기는 시도를 많이 해본다. 한 가지 재미난 표현과 비슷한 영어표현을 찾는 데 34일이 걸린 적도 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가 그것이다. 번역은 대충 그 의미만 비슷하게 맞도록 뜻만 통하면 되지만, 참 번역은 느낌까지 살아 숨 쉬도록 옮겨야 하는 것이다. 34일 동안 틈만 나면 고민(?)에 빠졌다.

 

「지성이면 감천이다.(Sincerity Moves Heaven). 4일째 되는 날 갑자기 하늘에서 계시(Revelation)가 마음속으로 전달되었다. 실제로 경험한 체험 이야기이다.

 

언제 어디서나 이 세상에서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 하나님의 은혜이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34일간 몰두하여 적확한 표현을 알려주십소사!’ 하나님께 간구하였다.

4일째 되던 날 「노래는 노래로 풀거라.」라는 계시(revelation)를 받자마자 1960년대 영국의 4인조 록 그룹인 비틀즈(Beatles)의 “Yesterday”의 선율(Melody)과 가사(Lyrics)가 즉시 떠올려졌다.

 

Yesterday love was such an easy game to play. 바로 이거다. 즉시 이를 응용한 표현이 탄생하였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 Love is not such an easy game to play

 

1970년대 미국의 지미 카터(Jimmy Cater)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故 박정희 대통령께서 당시 통역을 담당한 최광수 의전수석에게 「임자, ‘인권 좋아하시네를 영어로 생각해보도록 하시오」라고 주문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책을 보고 알았다.

과연 “인권 좋아하시네”를 뭐라고 영어로 통역했는지 필자로서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지만, 한 번 정확한 번역을 시도해 봤다.

 

필자가 1976년도 외국어대학교 영어과 입학시험을 치를 때 나온 문제가 머리에 떠올랐다. 「세상살이는 겉보기와는 다르다 = There is more to life than meets the eye」 이 표현에 대입하여 보았다. 「인권 좋아하시네 = Remember, there's more to 'human rights' than meets the eye

 

그러면 「못 먹어도 고!」란 표현을 참 번역한다면? 참 듣기는 쉽지만 번역하는 것이 간단치 않았다.

 

상황 별로 응용해서 쓰면 여러 가지 표현이 가능하겠지만, 예를 들면, 「내일 소풍은 못 먹어도 고야!」라고 한다면 「We're going on a picnic, rain or shine!」이라고 번역하면 되지만 모든 상황에서 공통으로 통용되도록 참 번역을 한다면? 다시「계시」(Revelation)가 내려왔다.

 

18세기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겸 비평가인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유명한 글귀 The show must go on!이 떠올랐다. 정말이지 이 말이면 「못 먹어도 고!」와 거의 필적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대형서점에 가보면 영어회화, 영어표현과 관계된 영어책의 수와 종류가 100m 달리기가 가능할 정도로 「우후죽순(to spring up like so many mushrooms after rain)」처럼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도 「우리말 표현에 딱 들어맞는 영어 표현 3000가지」를 실생활과 현장 경험 등을 통해 취합해 놓고 출판하려고 벼른 지 어언 20년이 넘어 가건만, 영어책 출판해서 공연히 이윤창출이 안 되면, 정성들인 출판사 쪽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벌써 30년째 보류 중(in suspension and reservation)이다.

 

필자가 대한체육회/대한올림픽위원회 국제사무차장(Deputy Secretary General) 시절인 1999년도에 제109 IOC 총회를 서울서 개최키로 하고 실무 총괄 준비 및 조직 운영 책임을 맡았었다.

 

의전 요원(protocol personnel/assistants)을 선발하기 위하여 서울에 있는 8대 유명 대학교에 해당 대학으로 국제적으로 국가를 빛낼 수 있는 외국어에 능통하고 용모 단정한 여대생 자원봉사자 선발을 의뢰하는 협조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애초 참석 예정인 110명 정도의 IOC 위원 수행 통역과 안내 데스크 및 공항 의전 요원 등 150명 정도의 인원이 필요했는데, 각 대학교에서 추천된 인원은 1,000여 명에 육박하였다.

 

다시 재조정하여 500명으로 줄이고, 최종 면접시험을 통해 150명만 선발키로 했다. 한 번 면접에 15분당 10명씩 15회에 걸쳐 외국어(영어, 불어, 서반아어, 독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등)로 필자가 주로 인터뷰를 하면서 채점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영어, 불어, 서반아어 등은 필자가 직접 구사하면서 면접을 했고, 나머지 언어는 서류전형 및 신청자가 해당 외국어로 말하도록 하면서 능통 정도를 가늠했다. 필자는 깜짝 놀랐다.

 

지원자 500명 중 영어의 경우 대부분의 신청자들의 발음(pronunciation), 억양(accent and intonation) 및 유창함(fluency)이 거의 본토인 수준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고 흐뭇하게 생각했다.

 

필자의 학창시절에는 영어로 인사말과 자기소개 정도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영어 전공자가 그리 흔치 않았던 터라 지금과 비교해보니 격세지감(completely different age)으로 느껴졌다.

 

필자가 KOC 국제 업무를 맡으면서 수많은 VIP 통역과 번역을 도맡아 해 왔지만, 참 통역, 참 번역의 길은 멀고도 먼, 평생 연마하고 겸허히 노력해야만 그 참 경지에 들어서고 맛깔스런 우리말 표현과 잘 어우러진 외국어가 탄생하는 것이리라.

 

(Gian Carlo Brussati 국제펜싱연맹<FIE>회장<사진 위 좌측> Sven Thofelt 국제근대오종 및 바이애슬론<UIPMB>회장<사진 아래 좌측> KOC방문시 정주영 대한체육회장 겸 KOC위원장과의 면담 통역 중인 필자<가운데>)

 

필자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유치를 위해 1993년부터 유치가 결정된 1995년까지 부산을 수십 차례 왕복하면서, 아시아 각국 올림픽위원회 수뇌부(office-bearers)들과 부산 아시아게임 유치위원장(우병택 제1대 부산광역시 의장 역임) 및 부산시장(김기재 국회의원 역임)의 예방 시 통역에 얽힌 일화를 소개해볼까 한다.

 

우병택 유치위원장께서 외국 인사들과의 공식 만찬 시 인사말로 운을 떼었다. 「이렇게 협소한 자리에 왕림하여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분들을 모시고….」 통역은 본토인의 발음을 방불케 하고 영어구사력도 뛰어난 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온 여성 통역이었는데, 갑자기 영어 통역이 안 나오고 침묵이 흐른 것이다.

 

왜 일까? 필자가 그 여성 통역을 의아하게 쳐다보자, 모기만한 소리로 「협소함이 무슨 뜻이죠?」라고 되묻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통역이든 번역이든 우선 우리말 어휘력과 표현력이 수준급이어야만 어떤 경우라도 통하는 것이다. 「통 하였느냐?

 

필자(외대 동시통역대학원 영·불과 2기 출신)는 최초로 모교인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 대학원의 곽중철 교수(통·번역대학원장)의 부탁을 받고, 통·번역 대학원생 특강을 나간 적이 있었다. 국제스포츠외교관행과 현장경험, 스포츠 용어 등에 대해 강의하였고, 끝날 무렵, 수강생들에게 사자성어 몇 가지를 물었으나, 10%정도 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기타 전공 분야에는 뛰어난 소양과 어휘력과 순발력을 겸비하고 있겠지만, 고사성어나 흔히 쓰이는 압축된 표현 어휘는 등한시했거나, 관심 부족이리라.

 

 

 

Posted by 윤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