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도 대권 후보의 스포츠 정책을 듣고 싶다”, 전세계스포츠계를 장악했던 故 김운용 IOC부위원장의 화두]
얼마전 막을 내린 대한민국 총선에서 국회위원후보들은 스포츠정책에 대한 견해가 사실 상 실종되었던 것 같을 정도로 스포츠 이슈는 뒷전이었습니다.
2027년 차기 대통령선거에서는 현장의 목소리와 실제상황을 직시하면서 국민들에게 살맛 나게 하고 대한민국의 세계스포츠계 위상을 강화시킬 수 있는 스포츠 정책발표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1985년 IOC총회 개최지인 동베를린에서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SLOOC 대표단<좌로부터 SLOOC집행위원장 비서관<파견근무>이었던 필자, 최만립 KOC부위원장 명예총무, 한기복 체육부 국제체육국장, 박세영 SLOOC사업담당 사무차장, 김운용 WTF총재겸 SLOOC부위원장, 이영호 체육부장관 겸 SLOOC집행위원장, 전상진 SLOOC국제담당 사무차장 겸 전 외교부 대사)
12년 전 故 김운용 IOC부위원장의 화두 “국민들도 대권 후보의 스포츠 정책을 듣고 싶다”라는 칼럼을 함께 공유합니다.
2017년 10월3일 향년 86세로 작고하신 김운용 IOC부위원장께서는 영면하시기 바로 며칠 전 필자에게 아래와 같이 추석 한가위 안부 문자로 작별을 고한 셈입니다.
다시 한번 故 김운용 IOC부위원장님 명복을 빕니다.
[김운용의 산고곡심/山高谷深(48)]국민들도 대권 후보의 스포츠 정책 듣고 싶다/2012.11.19 /뉴시스]
20세기말에 경제 발전과 함께 스포츠는 극적인 대중화에 성공해 모든 사람이 보고 말하고 즐기게 됐고, 올림픽 운동은 거대한 사회운동이 됐다.
그 반면 올림픽의 지나친 상업화(Commercialism), 프로화(Professionalism), 비대화(Gigantism)로 인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생각한, 즉 세계평화와 청소년교육이라는 올림픽 이념이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훼손됐고, 이를 21세기 올림픽 지도자가 어떻게 바로 세우느냐 하는 것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영국의 전통과 근대화를 내건 세 번째 런던올림픽은 평화시 인류의 최대종합제전으로 세계인의 주목과 참여 속에 성공리에 끝났다. 이제 여러 나라가 자기 나름대로 차기 올림픽에서 메달을 많이 따기 위해서, 아니면 21세기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초고령화 사회 도래에 대비해 건전한 사회 건설을 위해 나름대로 새로운 체육정책을 준비할 때가 됐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런던올림픽에서의 메달 수에 도취해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어떤 대선 주자도 체육과 청소년 정책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스포츠는 올림픽 메달만 따는 것이 아님을 느끼고 있는지?
또 스포츠와 청소년 정책을 세우는데 있어서도 변천하는 세계의 흐름을 읽고 우리에게 맞는 길을 택해야겠다.
이제 경제대국의 집중적인 투자 없이는 올림픽 유치나 메달 획득이 어려운 시대가 왔다. 즉 스포츠 강국들의 지나친 야심과 지나친 상업주의에 흐르는 올림픽은 IOC의 통제 능력 이상으로 도덕적 한계를 위협하고 있다.
IOC는 증대하는 상업주의와 메달 상위국가간의 열띤 열병을 대응하기에 있어 무력함을 걱정할 때다.
메달 상위 10개국(한국 포함)에는 기약없는 경쟁이 됐고, '올림픽 경기에서 메달은 공식적으로 기록되지도 않고 이기는 것보다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좌우명에도 불구하고 메달 집계는 시간별로 재평가된다.
다시 말해 중국과 인도의 예에서도 보듯이 돈을 들인 것만큼 이뤄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이 선수육성에 연간 4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반면 세계인구 2대국 인도는 4800만 달러밖에 투자하지 못해 금메달 없이 은메달 2개에 그쳤다.
미국 일본 한국 영국 호주 등도 돈 경쟁에 빠졌다. 영국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매년 1억2500만 파운드를 지원한다.
그렇다고 해 투자액수 비율로 메달이 쏟아져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영국은 호주보다 적게 투자했는데도 65개 대 35개로 메달은 더 많이 땄다. 여기에는 증대하는 스포츠의 국제화가 한몫을 하고 있다. 성공의 비결인 뛰어난 코치는 좋은 보수를 찾아 외국으로 나가고 어떤 나라는 자기 나라에 붙들어두기 위해 보너스를 준다. 우리나라 코치들도 미국 러시아 중국 등으로 나가고 있다. 앞으로 또 하나의 복잡한 문제는 선수들의 국적 옮기기가 될 것 같다.
유럽에서 성행하는 스포츠 베팅(Betting)도 문제다. 성격이 다르지만 런던올림픽에서의 배드민턴 경기 때도 '저주기' 문제가 발생했다. IOC는 진퇴양난이다. 한편으로는 시장 안내원으로써 인기물로 몰아가면서 동시에 청소년 선수들에게 스포츠 윤리를 교육시키는 책임을 진다.
올림픽의 본질적 가치는 청소년에게 꿈을 키우는 것이다. 즉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20년간 국위선양에 힘을 써온 중국도 다시 생각하고 있다. 중국도 금메달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고, 즉 '금메달이 다가 아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IOC도 이같은 성숙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한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중국이 얼굴을 바꾸려고 하는 것일까? IOC 교육 관계자는 이런 점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한때 쇼트트랙의 스타 최지훈이 은메달을 땄을 때 인터뷰를 하라고 하니 '우리나라는 금만 알아주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피한 광경이 생각난다. 우리도 금을 따면 돈방석에 앉고 매니지먼트가 붙고 스타가 돼 광고에 나온다.
선수 관리는 어떻게 되는지? 김연아도 박태환도 좋은 예이고, 이번에 스타가 된 손연재 선수를 이름도 없는 이탈리아 갈라쇼에 매니지먼트사가 보내려는 것을 이탈리아나 한국의 체조연맹도 모르고 있다가 못 가게 한 것은 좋은 경우다. 손연재 선수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을 이기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덴마크, 자메이카, 뉴질랜드와 슬로바키아는 인구 1만1250만명에 금 한 개, 영국은 150만명에 한 개, 미국은 500만명에 한 개 꼴로 땄다. 일본은 문교과학부 지원예산 26억 엔으로 38개의 메달을 땄다.
국가는 물론 마이클 펠프스, 브래들리 위긴스 같은 선수들처럼 무더기로 개인이 메달을 따거나 홍보에 매달리면 올림픽의 본질인 참가의 의의가 줄어든다.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안다. 무엇이 품위이고 스포츠맨십인지도 안다. 그들은 또 선수생활 이후의 생활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런던올림픽에서 심판 불복, 항의, 판정 번복, 소송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나쁜 증후이다.
무사안일한 IOC의 지도력 쇠퇴도 부채질했다. IOC는 그간 세계반도핑기구(WADA)를 만들고 각국 정부와 협력하면서 선수들의 약물복용을 막아왔다. 그런데 이제 또 하나의 큰 문제는 국제사이클연맹(UCI)에서 발생한 마약복용에서 오는 위기다. IOC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전에 이 문제를 청산하든지 아니면 권한을 정지(停權)시키겠다고 했지만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의 추방에서 나타난 질병을 어떻게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처리할지 주목된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위원장의 절대적인 선거 간섭으로 옹립된 로게 위원장도 9개월 후에 퇴임할 예정이다. 로게 위원장은 이 같은 중요 문제에 끼어들어가는 것을 꺼릴지도 모른다.
또 그는 UCI의 명예회장인 하인 베르부루겐의 오랜 친구다. GAISF(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 부회장이었던 베르부르겐은 전임 회장 사임 후 순수한 스포츠기구인 GAISF를 없애고 GAISF를 이용해 스포츠어코드(Sports Accord)를 내세워 상업화에 더욱 박차를 가한 인물이다.
'시카고 타임스'의 허쉬 기자는 그를 최고의 반미주의자라고 보도했다. 안팎에서의 빈번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비판자와의 대결과 은폐를 일삼았던 UCI 지도부는 이제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또 차기 IOC위원장 후보들도 UCI 문제에 손대기를 싫어한다. UCI 위기는 1999년 솔트레이크 스캔들과 맥을 같이 한다. 즉 운영관리에 대한 대중신임의 상실이다. 사실 UCI 문제는 더욱 질이 나쁜 것이다. 즉 독립기관의 조사 없이는 사이클계의 약물복용은 옛 동독이 30년간 비밀리 행했던 전염병처럼 계속 돼 왔고 계속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로게 위원장이 나서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한국도 88서울올림픽 이후 과대한 정부투자 덕에 이뤄 놓은 스포츠 자산을 바탕으로 스포츠 정책을 재정립할 때도 됐다.
체육인뿐 아니라 국민도 대선 후보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할 것이다. 3대 대선 캠프에도 체육 담당 부서는 없다. 북한도 2012런던올림픽 이후 내각에 체육지도위원회(위원장 장성택)를 만들었다. 스포츠도 강국으로 가고 군사와 스포츠가 두 핵이라는 것이다.
과연 스포츠대중화 시대에 청소년정책, 고령화시대 대비, 또 엘리트체육, 학교체육, 생활체육을 어루만지고 장애자체육, 비경제적이고 하지 않아도 되는 국제스포츠 경기유치 통제 및 이미 유치한 대회의 경제적이고 성공적 개최 등을 처리하기 위한 청소년과 체육 담당 조직의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의 독립이 이뤄질 것인가?
과도한 세금 투입으로 건립한 시설을 놀리면서 매년 유지비만 축내는 경기장은 얼마나 되는가?
경제 민주화의 대상일 뿐 아니라 사업에 바쁘고 체육에 헌신하기보다 자기선전에 바쁜 기업인들에게 체육단체장을 맡기는 것이 옳은 것인지? 더욱이 연간 예산 1350억 원과 선수지원 연금, 훈련시설이 국가예산에서 충당되고 있는 현실에서 말이다.
과연 선진국처럼 체육인이 헌신적으로 지도하고 기업이 후원하는 체제가 이뤄질 것인가? 그들은(기업인들은)복지사회와 건전사회 건설을 위해 생활체육 활성화에 기여함이 나을 것이다. 체육단체 임원에 낙하산식 회전인사가 너무 많은 것도 선진국에서는 없음을 인식하고 있는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의 메달 중점 종목, 가능 종목, 취약 종목 육성과 지원책은? 선수연금은 1988년형에서 2013년형으로 바뀌었는지? 선수의 현역 은퇴 후 진로 준비에 대한 정책은 실행되고 있는지? 올림픽의 지나친 상업화에서 오는 선수 보호와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이 스포츠를 지배할 정도는 아닌지? 건전한 스포츠마케팅은 육성되고 있는지? 스포츠 외교력과 인재 육성은 되고 있는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들어갈 때는 자력으로 들어갔지만 이제는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를 위한 노력은 되고 있는지? 궁금한 의문과 바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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