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제 모교인 한국외국어대학교 학뵤(외대학보) 2013년 10월16일 자 특집기사 내용입니다: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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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0-16 15:26:30 : 관리자 |
첨부파일 : 964-12-인물.JPG |
스포츠 외교관 윤강로를 만나다
(인터뷰 중인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지난 해 런던 올림픽에서 온 국민을 철렁하게 만들었던 박태환 선수의 오심 사건을 기억하는가? 당시 남자 자유형 400m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던 박태환 선수가 부정 출발을 했다는 내용의 오심으로 예선 탈락의 위기를 맞았다. 이때 판정을 번복하고 박 선수가 결선에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스포츠 외교였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이 2010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국제사무총장 시절 프라하 IOC총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이다 Q1. 스포츠 외교라는 말이 낯선 독자들을 위해 스포츠 외교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또 현재 맡고 있는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스포츠 외교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사람관계가 기본으로 작용하는, 국제적 스포츠경기의 장외거래와 그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TV로 스포츠 뉴스를 보기도, 조깅을 하기도 하는 것처럼 이제 스포츠는 인류의 필수 요소 중 하나다. 그만큼 스포츠 외교를 필요로 하는 곳도 많아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설립한 것이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으로 스포츠 외교의 인재를 키우는 일을 한다. 그 외에도 스포츠의 주요 동향을 분석하는 등 정보를 수집하는 일과 네트워크가 필요한 사람에게 인맥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기도 한다.
Q2. 2004년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을 설립하게 된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나.
그 해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양태영 선수가 오심으로 안타깝게 금메달을 뺏긴 일이 있었다. 오심이 발생했을 때 우리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스포츠 외교력이 튼튼해야 한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 외교라는 것이 생소했고 그만큼 스포츠 외교력도 약했다. 인맥 관리도 잘하고 정보 정리도 잘 돼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했다.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또 이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을 설립했다.
Q3. 어학을 전공 후 스포츠계로 진출한 것이 다소 독특하다. 재학 중 대한체육회에 특채 입사했는데 스포츠 외교가의 꿈은 대학 때부터 키웠나.
스포츠는 원래 좋아했다. 스포츠 외교와 인연을 맺은 결정적인 계기는 대학교 2학년 때 우리나라에서 국제 핸드볼 코치 강습회가 있었는데 당시 교수님의 추천으로 국제심판을 대상으로 통역을 하게 된 일에서부터다. 그 후 1978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린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통역단장으로서 다른 학생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이어 공기총사격선수권대회, 제 8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박스컵 축구대회에서도 계속 통역을 하면서 스포츠 외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그 후 우리학교 동시통역대학원에서 영어-프랑스어과를 전공하다가 군대에 다녀와 복학 준비 중에 대한체육회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으로 입사하게 됐다.
Q4. 그렇다면 스포츠 외교 현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나.
무엇보다 어학 공부를 가장 열심히 했다. 영어를 전공했는데 재학 중에는 회화가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등하굣길에 외국인을 만나게 되면 영어로 말을 걸었다. 물론 처음에는 말이 안 나온다. 그런데 막상 대화하다보면 회화와 발음은 생각보다 쉬웠다. 그렇게 연습을 하다 보니 회화 수업 시간에 말이 많아졌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영어실력이 늘었고 자신감도 생겨서 영어회화클럽을 만들기도 하고 3학년 때부터는 출장통역도 다니게 됐다.
Q5. 이후 스포츠계에 입문해 어떤 일부터 시작했나? 적성에 잘 맞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통역을 정말 많이 했다. 외대에서 공부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입사 당시 LA 올림픽을 준비 중이었는데 미국과 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양측을 상대로 일해야 했다. 그런데 IOC에서 쓰는 영어는 미국과 달라 실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그날 온 모든 서류를 일일이 복사해 출퇴근길에 무작정 통째로 외워버렸다. 그러다보니 언어적 차이는 물론 실무적인 내용도 차차 터득해 더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국제 스포츠 동향도 자연히 머리에 들어오게 됐다. 나도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생각으로 일하다보니 스포츠 외교에서 점점 실력을 쌓게 된 것이다. 평소 외교 쪽에 관심도 있었던 데다 어학과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했다. 사람 만나는 일도 좋아했으니 스포츠 외교라는 분야가 적성에 딱 맞는 셈이다.
(1983년 9월 서울올림픽유치 성공후 첫 방한에서 무교동 체육회관 KOC 본부를 방문한 당시 고 사마란치 IOC위원장, 통역 중인 당시 윤강로원장 및 고 정주영 KOC위원장 겸 대한체육회장)
Q6.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까지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가장 가슴 벅찼던 순간은 언제인가.
무엇보다도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게 된 순간을 꼽고 싶다. 1999년 서울에서 열렸던 제 109차 IOC 총회도 떠오른다. 일본 도쿄에서 1990년에 IOC 총회가 열렸는데 준비만 5년 정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그 준비를 7개월 만에 다 했다.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부족한 예산 안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그야말로 마케팅을 해야 했던 때도 있었다. 힘들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가장 뿌듯했던 일이다. 그 외에도 부산 명예시민이 됐을 때나 몽골 올림픽아카데미 제1호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았을 때, 중국 국립인민대학교의 객좌교수로 강단에 서게 된 것도 잊지 못 할 순간이다.
Q7. 30년 스포츠 외교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힘들었거나 안타까웠던 때는 언제였나.
항상 힘들다. 의견을 들어주지 않아서 실패한 일도 많고, 내 주장을 내세우다보면 거만하다고 오해받을 때도 많다. 오해받을 때는 힘들지만 고난이 축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나라와 스포츠에 대한 사랑도 그런 일을 극복하도록 만들어준 원동력이 됐다. 열심히 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볼 때마다 힘을 얻기도 한다.
Q8. 그동안 현장에서 보고 느끼기에 스포츠 외교가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바로 받아치기보다는 상대방의 사정을 고려해주는 마음 씀씀이가 필요하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히려 외국어를 아주 잘할 필요는 없다. 못해도 마음으로 대화하면 된다. 단어만 던져도 마음은 통하기 마련이다. 어학은 그런 과정에서 발전하는 것이다.
Q9.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 4대 스포츠대회 개최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앞으로 우리나라 스포츠 외교력이 더욱 발전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하나.
인재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스포츠 외교관이 각 종목별로, 분야별로 퍼져야 한다. 지금은 인재들이 많이 부족하다. 각 연맹과 단체들마다 스포츠 외교관들이 배치돼 그들 나름의 인맥망을 만들어놓으면 우리나라 스포츠 외교력이 많이 강해질 것이다. 이제 대회 유치보다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스포츠 외교가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그랜드슬램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Q10. 보통 외교관을 꿈꾸는 학생들은 스포츠외교도 외교의 한 분야라는 것을 잘 모른다. 스포츠 외교관의 길을 추천한다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조언 부탁한다.
스포츠 외교의 장점은 전 세계 모든 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전 세계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스포츠 외교가 할 수 있는 일은 스포츠 산업, 스포츠 마케팅, 스포츠 관련 법, 선수들 간의 네트워크, 기업 간의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기 때문에 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다. 스포츠 외교 관련 일을 꿈꾸더라도 막막할 수 있다. 어학을 열심히 하고 스포츠 동향에 꾸준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포츠를 사랑하면 된다. 열심히 하면 길이 보일 것이다.
글 임수진 기자 87curious@hufs.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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