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국제담당 사무차장 윤강로(44)씨는 한국 체육의 얼굴이다.
각종 체육관계 국제회의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 우리나라 입장을 전달하고
새로운 정보를 입수한다. 82년 대한체육회에 입사한 뒤 매년 10여 차례,
지금까지 1500회 이상 각종 국제 대회와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왔다.
당연히 영어를 잘하지 않으면 안될 위치다. 그러나 윤씨는 단 일년도
외국에서 산 적이 없다.
윤씨는 외국어대 영어과 76학번. 아버지가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어서
어릴 때부터 영어와 가까이 지냈다. 아버지가 그에게 가르친 것은 영어
단어나 문법이 아니었다. 영어를 대하는 자세. “한국인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틀리면 어떠냐. 틀리면서 배워나가는 게 외국어다.”
윤씨는 이후 현장에서 외국인들과 직접 부딪치며 영어를 배웠다. 그래서
자기 영어를 ‘실전 영어’라고 부른다.
그는 대학 시절 미군 부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한 미군 가족이나
군속, 관광객을 위해 여행 가이드로 일하며 그들로부터 살아있는 영어를
받아들였다. 판문점이나 경주 등 관광지를 돌며 우리나라 역사와 상황을
영어로 설명하는 일은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 대학
3학년 때 교내 영어 경시대회서 공동 1위를 차지한 것도 영어에 자신을
붙게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박스컵 축구대회가 꽤 큰 국제 대회였지요. 그
대회와 세계여자농구 선수권대회, 세계 사격선수권대회 등 국제 체육대회에서
통역을 맡으면서 체육계와 인연을 쌓았습니다” 윤씨 영어는 나라에 따라
발음과 액센트가 달라진다. 수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온갖 영어를 하다
깨달은 것이, “나라마다 다른 영어가 있다”는 것. “어학은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세계 누구와도 통할 수 있는 영어가 진짜 살아있는
영어 아닙니까?”
윤씨는 요즘 영어회화 책을 쓰고 있다. 제목은 ‘쪽집게 영어’라고
붙였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영어 표현을 쉽게 찾아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자녀에게도 “영어를 즐기라”고 얘기한다는 윤씨는 “잘 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부딪쳐야 영어가 는다”며 다시 한번 ‘실전
영어’를 강조했다. (* 고석태기자 kost@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