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외교2020. 9. 25. 10:47

[스포츠외교현장이야기실록116(21세기 쿠베르탱 그리고 베사메무쵸(Besame Mucho)]



필자는 올림픽 대회,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대회 기간 중 거의 매일 아침 일찍(대개 오전 7) 개최되는 각국 선수단장 회의에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앞줄에 앉아 “감 놔라. 배 놔라.”하는 대회 조직위 관계자들을 괴롭히는(?) 질문과 건의사항도 「개근상」감이었다.

 

아마도 국제회의(ANOC, OCA, IOC 집행위/NOC, 연석회의, 올림픽/아시안게임/유니버시아드 각국 선수단장회의)에 발언 횟수로만 보아도 역대 각국 총회꾼 모두 총동원해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악명(?)이 높다고들 한다. 이 부문 세계기록보유자라는 평가도 받았다.

 


지난 2002 520일부터 25일까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제13 ANOC 총회 마지막 날 525일 개최된 IOC 집행위/NOC 연석회의가 끝난 후,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Michael Payne IOC 전 마케팅 국장은 필자더러 “질문 및 의견제시 회수를 보면 귀하야말로 기록 보유자입니다(You have a new record in the number of interventions)”라고 평가해 주었다.


ANOC 총회 전야제 겸 환영 리셉션에서는 여흥 시간에 총회 개최국 Sie kok-Chi 말레이시아 올림픽위원회 사무총장이 사회자에게 미리 추천을 하는 바람에 아시아 대륙 대표로 등 떠밀려 무대로 나가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 내외, 마리오 바즈케즈 라냐 ANOC 회장 내외, 80여 명의 IOC위원, 20여 명의 국제연맹회장, 202개국 NOC 위원장 및 사무총장 등 1,000여 명의 관중들 앞에서 노래 한 곡조를 부르게 되었다.

 

평소 즐겨 부르던 노래 중에서 밴드 연주가 가능하고 노태우 전 대통령 겸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애창곡이기도 한 「베사메 무초」를 감정을 살려서 부르고, 「앙코르(Bis)」를 받아 「아리랑」을 이어서 한 곡조 더 뽑았다. 노래는 국제 공용어인가 보다. 모두 흥겨워 보였다.

 

필자가 한국 NOC 대표로서 당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기타 사항에서 또 다시 발언권을 신청하니까 로게 IOC 위원장은 농담조로 “Rocky, if you promise to sing one more song, I will give you the floor!(로키, 노래 한 곡조 더 부를 것을 약속하면, 발언권을 드리겠소!)”라고 하면서 발언권을 주었다.


 

  (Jacques Rogge IOC위원장과 함께)

 

필자의 질문 내용은 “현재 IOC 헌장에 명시되어 사용되고 있는 올림픽 표어(Olympic Motto)인 「Citius ,Altius, Fortius(Faster, Higher, Stronger/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는 현대 스포츠가 진화하여 온 결과 그대로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니 조율(Fine Tuning)이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면 사격(Shooting), 양궁(Archery), 체조 종목의 평균대, 피겨스케이팅 등에 고전 표어대로 적용하면 잘 어울리지 않으므로(사격할 때 보다 높게, 보다 빠르게, 보다 강하게 쏜다면 좋은 기록은커녕 예선탈락 감이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 필자의 대안 표어는 V.I.P라고 하면서 「More Vividly, Impressively, Precisely」 즉, 「보다 생동감 있게, 보다 인상 깊게, 보다 정확하게」를 IOC에서 연구하여 채택할 의향이 없느냐? “였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가만히 경청하고 나서, Rocky, if you promise not to claim your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then IOC will positively consider it(로키, 그것과 관련한 지적재산권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IOC로서는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라고 답변하였다.


물론 IOC 100년 넘게 사용해온 올림픽 표어를 바꾸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국제 스포츠 외교 연구원(ISCI) 2004년 초 설립 운영하면서 ISCI의 표어를 VIP(More Vividly, Impressively, Precisely)로 정하고 사용하고 있다.



 

총회 직후 마리오 바즈케즈 라냐 ANOC 회장은 필자더러 “21세기의 새로운 쿠베르탱(Coubertin)이 탄생했다.”라면서 진담 반 농담 반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필자를 21세기 쿠베르탱이라고 칭해준 Mario Vazquez Rana ANOC회장과 함께/20184IOC본부 현관에 위치한 Coubertin근대올림픽 주창자 겸 제2IOC위원장 옆에서)

 

라냐 ANOC 회장의 셋째 딸인 미리암(Miriam)은 출중한 미모와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여 필자가 1984년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된 ANOC 총회 시 라냐 회장 자택에서 베푼 만찬에서 라냐 회장 가족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면서 담소하였는데, 필자는 Miriam과 특히 친해져서 그 당시 필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시(Dash)했다면 라냐 회장 셋째 사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Mario Vazquez Rana 셋째 딸 Miriam과 함께)

 

그 이후에도 줄 곳 라냐 회장 부인은 필자 더러 “이호(hijo: 아들이란 뜻의 스페인어)”라고 지칭하면서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 준 바 있으며, 필자도 사석에서는 라냐 회장 더러 “미 빠빠(mi papa: 나의 아버지 또는 장인), 부인에게는 “미 마마(mi mama; 엄마 또는 장모)”라고 부르는 사이이기도 하였다.



(Mario Vazquez Rana ANOC회장과 부인 등과 함께/좌 하: 최만립 당시 KOC명예총무-필자-Rana회장 부인-Mario Vazquez Rana회장, 우 하: Pere Miro IOC솔리다리티 및 NOC관련 국장-Mario Vazquez Rana회장-필자)

 


Posted by 윤강로 (Rocky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