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외교2020. 9. 22. 10:51

[스포츠외교현장이야기실록114(秘史동계올림픽IOC평가단 실사 회의 주제 관통 환경친화적인 에피소드)]

 

 

필자는 2010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대외 공동사무총장(Co-Secretary General)으로 파견근무하면서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났다.

 

공로명 전 외무부장관께서는 당초 평창의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가설의 위험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치위원장직을 수락하였다고 한다.

 

(좌로부터 평창2010대외공동사무총장인 필자, 김진선 강원도지사 겸 유치위 집행위원장, 공로명 유치위원장<외무부장관역임>/우측 사진: IOC본부 앞에서 필자, 공로명유치위원장, 문동욱 유치위원회 국제팀장)

  

 

왜냐하면 유치가능성이 높으면 서로 앞 다투어 쟁탈전이 벌어졌겠지만, 본인이 유치위원장직 제의를 거절한다면 가능성이 별반 없기 때문에, 시체말로 「영양가」가 없기 때문에 피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관계로, 또 본인자신이 중학교 시절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전국규모 학생빙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경력(당시 진짜 실력 파들이 미끄러져 넘어진 덕분에 어부지리 했다고는 하지만…) 등으로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는 필요충분조건과 자질을 골고루 갖추신 적재적소의 덕장으로서 어디 한 군데 흠잡을 데 없고 비길 데 없는 유치 위원장이었다.

 

이분을 모시고 십 수 차례 유치활동 차 해외출장을 많이 다녔다.


2002 12월 초순 간헐천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개최된 유럽 올림픽위원회(EOC) 연례총회에는 공로명 2010 평창 유치위원장, 최만립 유치위 부위원장, 최승호 유치위원회 사무총장(주 이집트 한국대사역임), 필자, 그리고 문동욱 유치위원회 국제팀장 등이 참석하였다.


경쟁도시인 캐나다의 밴쿠버2010 유치대표단과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2010 대표단 등과 함께 치열한 로비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을 비롯한 30여 명의 IOC 위원들 및 유럽 각국 올림픽위원회 회의대표들과 오찬, 만찬회동 등 많은 만남과 대화의 장이 이어진 어느 날 밤 리셉션 장에서 Francisco Elizalde 필리핀 IOC 위원과 대화 도중 Elizalde 위원은 필자와 함께 2008년 하계 올림픽 대회 IOC 평가위원회 위원으로서 3개월가량 동고동락했던 사이였다.

 

(스위스 Lausanne IOC본부 IOC집행위원회 회의실에서 2008년 올림픽 IOC평가위원회 최종보고서 작성 모임: 좌로부터 Carlos Nuzman브라질 IOC위원, Sergey Bubka 우크라이나 IOC위원 겸 IOC선수위원장, 필자, Tomas Ganda Sithole짐바브웨 IOC위원, Francisco Elizalde필리핀 IOC위원)

 


그러한 연고로 IOC평가위원회의 5개 후보도시 방문 시 필자의 유치도시들에 대한 총알같이 신속하고 다양한 질문 공세와 각종 스포츠 프로그램 참여 장면들을 떠올리며 공로명 유치위원장에게 “Rocky is a real sportsman.”「로키(필자의 국제 스포츠계 이름)는 진정한 스포츠맨이랍니다」라고 하자 약간 의외라고 생각했던 공위원장께서 반신반의하듯이 필자에게 「무슨 운동하는데?」라고 물었고 필자는 동문서답 식으로 「저는 매일아침 push-up(팔굽혀펴기)을 합니다.」라고 응답하자 공위원장께서는 박장대소하면서, push-up도 올림픽 스포츠인가」하는 것이었다.

  

해명을 하느라고 진땀을 뺐지만, 공위원장께서는 틈만 나면 이 이야기를 즐기곤 했다.


올림픽 유치활동 중에 가장 중요한 3대 공식행사는 유치 신청 파일 작성 및 제출과 IOC 평가 단 방문, 그리고 IOC 총회에서의 결선 투표 전에 행하는 설명회(Presentation)로 점철되어 있었다.

 

2003 2월 초 2010 동계올림픽 대회 IOC 평가위원회 16명 조사단이 현지 실사 차 강원도 평창, 강릉, 원주, 정선 등을 방문하였다. 결선에 오른 3개 도시 중 첫 번째 현지 조사 평가 활동이었다.

 

IOC 평가위원장은 IOC 마케팅위원장이며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역임한 Gerhard Heiberg 노르웨이 IOC 위원( IOC 집행위원)이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재회한 Gerhard Heiberg IOC집행위원과 함께)

 

 

Heiberg 위원장은 1998년 당시 김운용 KOC 위원장 겸 IOC 부위원장의 초청으로 KOC가 매년 개최하는 올림픽아카데미 행사의 특별 초빙 강사자격으로 방한하였고, 필자와 함께 이태원의 한 양복점에 가서 24시간 속성 양복을 한 벌 맞춘 적이 있었다.

 

Heiberg 위원장은 평창의 IOC 실사 첫날 회의에서 바로 그 양복을 입고 나와서 「Rocky와 함께 맞추었던 한국의 이태원 산 양복을 오늘 아침 회의에 입고 나왔다」며 본인의 한국 사랑을 간접적으로, 그러나 자신만만하게 공개적으로 밝혔다.


필자는 평창2010 유치위원회 측의 회의 진행자(Moderator)로서 IOC 평가 단 측과의 회의진행 절차 등 조율 임무를 하고 있었고, 실사 1일차 늦은 오후 무렵 18개 조사 평가 항목 중 난해하고 지루한 느낌을 주는 「환경 보호와 기상상태(Environmental protection and Meteorology)」에 대한 질의와 응답이 이어졌다.

 

 

(평창2010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이 IOC평갸위원회와 현지실사 회의 중 필자<-4>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좌로부터 권혁승 평창군수, 김진선 강원도지사, 공로명 평창2010유치위원장, 박용성 IOC위원, 도영심 평창2010 홍보대사, 필자, 최만립 IANOS-APOSA회장, 김영환 KOC명에총무, 장명희 ISU집행위원)

 

 

2008년 하계올림픽 대회 IOC 평가위원회(IOC Evaluation Commission for the 2008 Olympic Games)위원을 역임하였던 필자는 IOC 평가 단의 질의 내용(Contents), 범위(Scope), 성향(Trend), 정도(degree), 절차(procedures), 결과보고서 작성(Draft of report on Evaluation Results) 등 모든 과정(Process)을 참여와 체험을 통해 너무 잘 알고 있고, IOC 평가 단 전체의 분위기, 심지어 평가 항목별 지루한 대목까지 인지하고 있던 터라, 마침 「환경…」 운운하는 대목이 거의 끝나갈 무렵 딱딱했던 분위기 조절차원에서 Heiberg 위원장에게 질문을 위한 발언권을 요청하였다.


Heiberg 위원장은 관례상 평가 항목에 대한 질의는 IOC 평가 단이 하는 것이지 평가를 받고 있는 해당 유치위원회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 필자가 엉뚱하게, 그것도 공식적으로 발의하자 의아스러워 하면서도 재미있겠다는 표정으로 흔쾌히 질의 용 발언권을 승인하였다.

 

필자는 「이 질문은 IOC 평가 단 중 환경전문가에게 하겠다.(This question is directed to an environmental specialist)」라고 하면서 IOC 평가 단 중 일원인 노르웨이 출신의 환경전문가인 Mr. Olav Myrholt를 쳐다보았다.

 

「아닌 밤에 홍두깨」격으로 시나리오에 없었던 상황이 연출되자 IOC 평가 단은 물론 김진선 강원도지사 및 공로명 유치위원장을 비롯한 평창2010 유치위원회 관계자 모두가 불안해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모든 시선이 필자에게 집중되었다.


Heiberg위원장은 분위기 장단에 맞추듯 「Mr. Myrholt, are you ready?(미르호르트 씨 준비됐소?)라고 하시면서 필자에게 「Rocky, now you may ask your question(로키, 자 이제 질문 보따리를 펴시게)」라고 하였다.

 

 

(평창2014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국제 총장인 필자가 과테말라 IOC총회 현장에서 Gerhard Heiberg IOC집행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필자는 다짐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Can I say one joke?(농담 한마디인데, 괜찮겠죠?)라고 하면서 질문을 시작하였다.

 

What's the difference between Heredity(유전) and Environment(환경)? (유전과 환경의 차이점은 뭘까요?)


Myrholt 위원은 필자의 질문의 의도가 뭔지 갸우뚱하면서, 한편으로는 Heredity(유전)라는 단어의 뜻을 그 순간 못 알아들었는지, 아무런 대답을 못하자 Heiberg 위원장은 「Rocky, you answer the question(로키, 그대가 대답도 하시지)」라고 답변 권한도 필자에게 부여하였다.


필자의 대답 내용: When you get married, you will have your son. If your son looks like you, it is due to ‘Heredity’. But if he looks like your neighbor, it is due to ‘Environment’. Therefore we call him an Environmentally - Friendly son.(당신이 결혼을 하게 되면, 아들이 생긴다고 합시다. 만약 당신 아들이 당신을 닮았다면, 그건 유전에 기인하죠. 하지만 당신 아들이 당신 이웃집 남자를 닮았다면 그건 환경 때문이라고 하죠. 따라서 우린 그를 「환경친화적 아들」이라고 부른 답니다.)

필자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IOC 평가 단은 물론 영어를 알아들은 동시 통역사와 유치 관계자들 모두가 박장대소하였다.

 

이렇게 해서 딱딱하기만 했던 분위기 조절 임무는 성공리에 끝났다.

 

비록 공식적이고 엄숙하고 진지하고 중차대한 국제적 논의를 하는 자리이지만 주제와 연관된 농담(joke) 한 마디가 즐거운 웃음 한마당을 선사함으로써 지루함도 달래주고 IOC 평가 단 모두에게 평창 유치위원회의 여유로움도 함께 심어준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음 날, 경기장 실사 방송 중, 동계올림픽이 유치되면 사용될 컬링(Curling) 경기장 입구에 도착해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원도 소년·소녀 국악취악대의 환영 연주 공연이 시작되었다.

 

필자는 연주가 끝난 뒤 IOC 평가 단 중 일원이 “연주대 소년·소녀들이 중학생들이냐?”라고 묻자, 필자는 “Yes, and they are also Environmentally - Friendlysons and daughters(그렇죠, 그리고 쟤들도 「환경친화 적」아들, 딸들이요)”라고 설명하자 그 전날의 Joke를 상기해낸 IOC 평가 단 모두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필자가 지칭한 「환경친화 적」이란 단어는 두 가지 뜻을 함축한다. 원 뜻은 학생들이기 때문에 「환경친화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와 그 전날 했던 「농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표출해 낸 것이다.


「환경친화적/Environmentally - friendly 아들, 딸들」이란 말은 취악대 학생들 당사자에겐 좋은 의미(환경친화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로 한 것이므로 독자들께서는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이해해주시기 바라면서, 강원도가 2024년 동계청소년올림픽(YOG)을 평창2018동계올림픽에 이어 반드시 성공적으로 준비하고 조직하도록 다 함께 동참할 것을 부탁드린다.

 

(2003년 체코 프라하 IOC총회 기간 중 여러 장면 모음)

 


(2003년 체코 프라하 개최 IOC총회에서 평창2010동계올림픽 유치 당위성에 대해 불어로 프레젠테이션 중인 필자)


Posted by 윤강로 (Rocky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