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외교2010. 9. 16. 17:22
Gilbert Felli는 스위스 사람으로서 국제 스포츠 및 올림픽대회의 행정적 기술적 모든 측면을 훤히 꽤뚫어 보는 금세기 최고의 테크노 크랏(Technocrat)으로 손색이 없다.
그의 공식직함은 IOC올림픽대회 수석국장(IOC Olympic Games Executive Director)이다.

동 하계 올림픽유치단계에서 부터 후보도시 실사방문, IOC평가위원회 최종 결과 보고서, 올림픽조직과정에 이르기까지 그의 입김이 거의 절대적 수준으로 작용한다.
동계 하계를 막론하고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려면 그의 지적 경험적 수준을 뛰어 넘고 그와 좋은 인간적 신뢰관계구축 그리고 그의 탁월한 기술적 행정적 통찰력이 어우러진 예리한 포위망을 적절히 풀고 뛰어 넘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유치위원회 조직, 구조, 인적구성, 경기장배치, 올림픽선수촌, 수송, 숙박, 방송, 미디어, 정부보증, 올림픽개최 이후 유산(legacy) 등 그의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경험 그리고 노련한 통찰력 등 그의 업무영역은 한계가 없다.
로게 IOC위원장의 신임 역시 두텁다.
올림픽유치후보도시들의 준비 상황를 점검하기 위하여 구성되는 IOC올림픽평가위원회(IOC Evaluation Commission for the Olympic Games)위원으로 그와 함께 일해본 IOC위원들도 이구동성으로 그의 실력과 안목을 높히 평가 한다.
필자도 2008년 올림픽 IOC평가위원으로 그와 수 개월간 동료 IOC평가위원으로서 동고동락한 처지였고 20여 년간10여 차례 올림픽대회와 관련된 각종 국제회의를 비롯한 현안논의 및 협의 과정회의에서 여러가지 사안을 놓고 갑논을박, 직접 맞닥드리기도 했던 경험자의 입장에서 보아도 그는 정말 철저히 공부하고 완벽하게 준비하는 세계적 올림픽 행정 전문가임에는 틀림 없다.

 
(2008년 올림픽 IOC평가위원회위원전원이 평가보고서작성을 끝내고 당시 사마란치 IOC위원장과 함께 IOC본부 집행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기념촬영하였다. 앞줄 우측 맨 끝에 빨간 재킷입은 Felli수석국장, 필자<우-3>, Elizalde 필리핀 IOC위원<우4>, 사마란치 IOC위원장<가운데>, Hein Verbruggen IOC평가위원장<우-7>, Sergey Bubka 우크라이나 IOC위원<뒷줄 우-2>, Carlos Nuzman 브라질 IOC위원<사마란치 우측 뒤편>, Criag Reedie 영국 IOC집행위원<사마란치 좌측 뒤편>, Patrick Baumann 스위스IOC위원<국제연맹자격: 뒷줄 Reedie 좌측 옆>, Jacqueline Barrett IOC후보도시 담당 팀장<앞줄 좌-2> 등)




2002년 솔트 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선수출신 IOC위원후보로 출마 했다가 아깝게 IOC위원으로 선출되지 못했던
동계올림픽 숏트랙 4관왕 전이경 선수에 대한 IOC선수분과위원 임명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있다.
당시 IOC부위원장이자 KOC위원장이었던 김운용 WTF창설총재의 강력한 추천으로 전이경선수는 IOC위원자격이 아닌 IOC선수분과위원후보로 최종 리스트에 등재되었다.
2002년 4월 어느 날 Gilbert Felli IOC수석국장은 IOC본부에서 서울에 있었던 필자에게 휴대폰으로 장거리 전화를 해왔다.
"지금 IOC선수분과위원 후보추천과 관련 추천후보리스트를 모두 정리하여 로게 IOC위원장 최종재가를 위해 대기 중인데 한 가지 최종 확인 할 사안이 있다. 한국인 전이경후보에 대한 영어실력에 대하여 솔직하고 정확한 평가를 내려달라. 영어실력만 검증되면 5분이내에 IOC선수위원으로 최종 확정된다. 당신을 신뢰하니 정확하고 책임 있는 의견을 달라. 그대로 믿겠다."라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그 당시 2008년 올림픽 IOC평가위원회 동료위원으로 동고동락했던 Sergey Bubka 우크라이나 IOC집행위원겸 선수위원장(1988년 서울올림픽 장대 높이뛰기 세계기록 수립)을 떠 올렸다.
그가 처음 IOC선수위원으로 입문 할 당시 그의 영어 실력은 거의 초보수준이었다. 물론 지금은 외신 기자회견 및 각종 국제회의에서 의견을 영어로 유창하고 노련하게 발표하고 있지만 초창기 그의 영어 역시 그리 능숙하지 못해 IOC평가위원으로 같이 활동 할 당시 필자에게 때로 후보도시대상 IOC평가 사안 별 질문내용을 영어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 만큼 Bubka위원도 열심히 노력하여 지금 차기 IOC위원장 후보군에 그의 이름이 거명 될 정도로 일취월장하였다.
Felli와 통화하면서 떠올린 Bubka를 언급하였다. "전이경 선수 역시 영어가 당신만큼 유창하지는 못하지만 Bubka가 처음 IOC선수위원 입문 당시의 영어실력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변하자 Felli는 잠시 동안 가만히 있다가 "O.K. I understand. Thank you for your confirmation."이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전이경선수가 IOC선수위원으로 확정되는 순간이라고 직감하였다.
전이경선수 또한 IOC선수위원, IOC여성과 스포츠위원으호 활동 하면서 지금 유창하고 설득력있는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유치과정에서는 IOC평가단이 평창 및 강릉 현지 실사 시 유창한 영어로 브리핑까지 훌륭하게 수행 한 바 있다.

                     
                (IOC올림픽박물관에서 전이경 IOC선수위원<현재는 IOC여성과 스포츠위원>과 함께)


이러한 사례를 보면 그가 34개 IOC분과위원회 후보추천에 따른 최종 확인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IOC내 그의 권위와 직권은 웬만한 IOC위원들 보다 더 막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는 평창에 대해 손바닥 보듯이 정통하다.
2010년 평창의 첫 번째 동계올림픽유치 도전 당시 만해도 평창, 강릉, 횡성, 정선, 원주등 지명도 숙지하지 못하고 복잡한 평창의 유치구도에 취약했었다.
2010년 동계올람픽유치 첫 번째 도전 시점에서 그는 평창으로 연결되는 도로망, 경기장 별 세부사항에 대해 매우 혼란스러워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부지런히 공부하고 숙지한 끝에 지금은 가히 평창 전문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2014년 평창의 제2차 도전 준비과정 중 2005년 리오 데 자네이로 PASO총회에서 그를 또 다시 만났다. 세계적 관광지로 유명한 거대한 예수상이 자리잡은 "빵산"에서였다.



(꼬르꼬바도<Corcovado>언덕 정상 해발 710m에 위치한 7대 新 불가사의 거대 예수상은, 1931년 브라질 독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만들어졌고, 높이 30m에 달한다. 영화 007의 배경이 되었던 빵산<영어로는 Sugar Loaf>에 위치해 있다.)




(브리잘 리오데 자네이로에 위치한 빵산에서 조우한 IOC최고 실세 실무자 Gilbert Felli<좌-2>, 우측으로부터 문동욱 2014평창유치위 국제팀장, 문부춘 기획처장<강릉부시장 역임>, Felli IOC올림픽대회 수석국장, 필자/당시 2014 평창 유치위 국제총장)
 


그는 대뜸, 평창2014가 2010유치도전 때와 같은 유치맥락인가?(The same bid or different bid?)라고 물어왔다.
재수하는 평창2014의 기본 유치개념이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므로 "거의 같은 유치개념"(Most probably the same bid)이라고 답변하자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우정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평창은 강릉, 횡성, 원주, 정선까지 포함하는 흩어져 있는(spread-out)경기장 배치구조로 알고 있다. 경기장이 분산되어 있으면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 여러가지 문제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아주 커다란 밧줄로 4개 지역을 끌어들여 한곳으로 가깝게 끌어당겨 모아라."라고 조크 섞인 충고를 해주면서 윙크하였다.
Felli수석국장의 한국과 평창에 대한 애정과 비공식적 배려로 생각되었다.
이후 천신만고 끝에 당시 한승수 2014평창 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과 김진선강원도지사 겸 집행위원장의 결심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지역배치구조는 평창(설상 경기장/snow cluster), 강릉(빙상 경기장/ice cluster)의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간결한(compact)하고 편리하고(convenient) 편안한(comfortable) "3C"의 특장점을 자랑하는 유치 컨셉트로써 거듭나게 되었다.
그 결과 평창 2014는 IOC평가위원회 평가 결과보고서 상에 최우수 유치여건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훌륭한 동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후보도시로 평가 받게 되었다.
물론 평창(1위), 찰츠부르크(2위), 소치(3위)의 수능평가를 받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3위였던 소치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막강한 전 방위 러시아의 로비에 밀려 3위가 1위로 2014년 동계올림픽개최도시가 되었다. 
그 만큼 Felli의 한마디 한마디가 평창으로하여금 환골탈태할 정도의 위력을 발산한 반증이기도 하다.

오는 11월3일-4일 양일 간 2012년 올림픽개최도시인 영국 런던 Twickenham Stadium에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2016년 리오 올림픽, 2010년 싱가폴 제1회 청소년올림픽,  2012년 인스부르크 제1회 동계청소년 올림픽, 2014년 난징 제2회 청소년 올림픽 조직위원회관계자, 국제 연맹 스포츠서 군들이 총 출동하는 가운데 국제 스포츠이벤트 매니지먼트 회의(International Sports Event Management Conference)가 개최된다.

이 회의를 주재하고 오픈하는 이가 바로 Gilbert Felli IOC올림픽대회 수석국장이다.
Felli는 현재 동 하계올림픽, 동 하계 청소년올림픽(YOG)의 모든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불세출 금세기 올림픽최고 전문가인 Felli가 65세가 되는 2012년 말 런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다는 소식이다.
제2의 Felli가 등장하여 향후 올림픽 문제를 쾌도난마(快刀亂麻)할 수 있어야 겠다.  

<<*쾌도참난마 [快刀斬亂麻]:'잘 드는 칼로 헝클어져 뒤엉킨 삼 가닥을 단번에 잘라 버린다'라는 뜻으로, 복잡한 사안을 명쾌하게 처리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중국 남북조시대에 북제(北齊)를 세운 고양(高洋)의 고사(故事)에서 유래되었다./네이버 지식 자료 참조>>

차제에 우리나라도 국제적 스포츠행정전문가 양성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IOC및 국제연맹 그리고 각종 국제스포츠기구에서 쾌도난마할 수 있는 인재들이 배출되어 Felli에 버금가는 실력으로 활동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고 보니 Felli수석국장으로서는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IOC실사평가단 활동이 그의 마지막 공식 임무가 된다. IOC평가위원회에서 그의 위상은 IOC평가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지막 공식 미션(mission)에 출장하는 Felli국장이 평창2018의 진면목을 다시금 진실되게 평가하여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Posted by 윤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