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외교현장이야기실록12편(Athens2004올림픽현지스포츠외교비화)]
2004년 아테네올림픽은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이 부활되고 첫 대회가 개최된 이래 118년 만에 최초 개최지로의 귀환이어서 대회 슬로건이 'Welcome home(귀향 환영)' /' From Athens to Athens(아테네에서 아테네로)였다.
스포츠 외교는 단순히 올림픽 대회 및 국제스포츠기구총회 유치나 국제기구 임원피선을 위한 로비활동에만 국한되어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대회(2004년 8월13일~8월29일)에 자크 로게(Jacques Rogge) IOC 위원장의 특별 게스트(IOC Distinguished guest)자격으로 정식 초청받아 힐튼 호텔에 설치된 IOC 본부 호텔에 체류하면서 VIP ID 카드(Gi)를 발급받고, 차량도 신청만 하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혜택(T3)을 누리면서 IOC 총회 및 올림픽 대회 기간 동안 지속적인 한국스포츠외교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IOC 본부 호텔에 숙박하다 보니 매일 IOC 위원장을 포함한 전 세계 IOC 위원들, 국제경기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s :IFs)회장들, 전 세계 스포츠 지도자들과 번갈아 가면서 만나고 자연스럽게 조찬도 같이 하고, 경기장도 같이 가고, 저녁식사도 함께 하고 늦은 저녁 무렵에는 칵테일도 한잔하면서 각종 정보와 근황 및 동향에 대하여 귀중하고도 신빙성 있는 교감을 갖는 기회를 많이 맞이하게 되었다.
아테네 공항에 도착하여 ID 카드 발급을 위하여 IOC 본부 호텔인 아테네 힐튼호텔에 가보니 테러경계태세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IOC 위원장 초청장 사본을 보여 주고 나서야 힐튼호텔 뒤편 지하 1층에 위치한 등록 센터로 안내되었다.
그곳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ID 카드 발급을 위하여 대기하고 있었다. 마침 30분 후에 IOC 총회 개회식이 예정되어 있어, 그곳 책임자에게 IOC 위원장 초청장 서한을 제시하자 곧바로 IOC 위원장 집무실 책임자에게 확인하더니 IOC 총회 개회식에서 IOC 위원장이 필자를 기다린다는 전갈이 왔다고 했다.
통상적으로는 인터폴(Interpol) 등에 문의하는 등 안전 확인절차를 위해서 최소 3일 간의 대기시간이 소요되지만 예외 경우(exceptional case)로 분류하여 10여 분만에 그야말로 초고속 수속절차를 거쳐 그것도 애초 배정예정카드보다 격상된(upgraded: IOC 위원장의 특별 지시라고 함) ‘Gi’ 카테고리(IOC 특별 게스트)로 발급받게 되었다.
아무튼 서둘러 힐튼호텔 건너편에 위치한 IOC 총회 개회식장으로 향했다.
IOC 위원들조차도 정식초청장을 지참하여야 출입이 가능했으나 Athens2004조직위원회 의전요원에게 IOC 위원장 초청장 서한을 보여 주자 워키토키(Walkie Talkie)로 누군가와의 교신을 한 후, 필자를 직접 에스코트(escort)까지 하면서 총회 개회식장 2층 좌석으로 안내했다.
마침 올림픽찬가(Olympic Hymn)가 울려 퍼지면서, 개회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주최국 그리스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부요인들과 IOC 위원들, 및 국제 스포츠 계 거물들이 모두 총 집결되어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세계 스포츠정상회담”(World Sports Summit)장을 방불케 하였다.
개회식 직후 베풀어진 리셉션(Reception) 장에서 많은 IOC 위원들과의 해후가 이루어졌다.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큰 키에 국제매너가 세련된 북한의 국제 스포츠외교통이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Athens2004올림픽 당시 장웅 북한 IOC위원과 함께)
그 사이 Jacques Rogge IOC 위원장이 리셉션 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마침 필자가 제일 먼저 맞이하게 되었다.
(Jacques Rogge IOC위원장과 함께/Torino2006동계올림픽 당시)
"Mr. President, thank you most awfully for your kind invitation and for upgrading my accreditation!"(위원장님, 초청해 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본인 ID 카드를 VIP급으로 격상시켜주신 배려에 정말 감사 드립니다.)
필자가 이렇게 말을 건네자, IOC 위원장은 간단하게 한마디로 압축해서 응답하였다.
“Rocky, you are always our friend!"(로키, 귀하는 늘 우리의 동지일세!”)
<양태영 체조 금메달 받을 수도 있었을 현장 스포츠외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기간 중 가장 안타까웠던 일은 체조의 양태영 선수 금메달 유감 사건이었다.
필자는 당시 로게 IOC 위원장 특별 게스트 자격으로 초청받아 IOC 위원들 및 그들 가족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한국 선수단과는 무관한 신분이었던 관계로 직접 개입은 불가능했다.
마침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개인적 친분이 두터웠던 구소련(러시아) 출신 유리 티토프(Yuri Titov) 전 국제체조연맹(FIG) 회장(20여 년간 장기집권) 겸 前 IOC위원과 만나 서울올림픽 당시 즐거웠던 회고담 등을 나눈 다음날 「양태영 선수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IOC 본부 호텔에 투숙하고 있던 필자와 Titov 前 회장은 조찬장에서 다시 조우했다.
Titov 前 FIG회장 겸 前 IOCC위원은 필자에게 해줄 말이 있다며 조찬 장 한쪽 구석으로 가서 “양태영 선수의 금메달을 찾을 수 있으니, 내가 말해주는 방법을 시도해봐라.”고 조언해 주었다.
(4년 뒤인 2008년 Beijing올림픽에서 재회한 Yuri Titov 전임 FIG회장)
2004년 당시 “국제체조연맹(FIG) 규정에는 ‘심판 판정 결과 번복 불가’란 항목이 수년 전부터 삭제되어 있으니 얼마든지 번복이 가능하다.”고 전제하면서, “우선 IOC와 FIG를 국제적으로 흔들어 놔야 한다. 그러려면 내일 당사자인 미국의 폴 햄(Paul Hamm) 선수의 시합이 있으니 관중석에서 한국 측 응원단이 금메달을 돌려 달라(Return Gold Medal to Korea!)는 현수막을 들고 흔들어대면 전 세계 TV 및 취재 보도진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되고, 그리하면 외신 기사로 다루어지게 될 것이며, 그러면 IOC와 FIG는 아테네 올림픽의 공정성과 대회 개최의 성공을 위해 타협점을 찾게 될 것이므로, 양태영 선수 금메달 건에 힘을 받게 되어 금메달을 되돌려 받든지 추가 금메달을 받든지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미국 비자 신청 시 문제점이 생길지 모르니 본인의 이름은 거명하지 말아달라고 필자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부탁하면서 그야말로 위험을 무릅쓴 자문을 해 주었다.
필자는 KOC 관계자가 아닌 관계로 이러한 전략을 IOC 본부 호텔에서 만난 KOC 고위 임원을 통해 KOC 위원장 및 한국 선수단장에게 전달해 주었다.
이에 따른 후속 조치는 시의 적절하게 취해지지 않았다.
필자가 생각건대, 관중석에서 한국 응원단이 자발적으로 하는 평화적인 시위행위는 KOC도 한국선수단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밑져야 본전」이었는데,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순간의 선택이 영원을 좌우하는가 보다.
(좌로부터 Athens2004남자체조 개인종합 은메달리스트 김대은 선수, 떳떳하지 못한 표정의 Paul Hamm미국 금메달리스트, 양태영 동메달리스트)
그 이후 내외신 기자들이 양태영 금메달 사건을 연일 앞다투어 보도하고, 한국 내 여론도 네티즌을 중심으로 「양태영 금메달 되찾기」 쪽으로 가열되자, 대책회의를 열고 값비싼 수임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한국 내 유수한 법률사무소(Law Firm)를 경유하여 영국 법률사무소소속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고 스포츠 중재재판소에 정식으로 제소했다.
그러나 IOC 스포츠 중재재판소(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s)에 제소했던 양태영 선수 금메달 되찾기 소송은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지만 결국 패소하고 말았다.
억울하지만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리라.
“이제부터라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Locking the stable door after the horse is stolen)를 해야 한다”고 지면을 통해 자문하기도 하였다
그래야 Beijing2008을 포함한 향후 올림픽 등 앞으로 국제 대회에서 제2, 제3의 양태영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
그러면 향후 이러한 억울한 경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처방은 뭐가 있고 어떻게 하면 될까?
필자는 다음과 같이 간단하고 쉬운 대비책을 제시하고 간접적으로 자문한 바 있었다.
유창한 영어나 불어도 필요 없다.
각 해당국제연맹(IFs)종목별 규정 집을 보면 판정 결과가 틀렸다고 판단될 경우 소청(appeal)할 수 있는 규정과 함께 각 연맹 별 영문 소청 양식이 별도로 구비되어 있다.
회원국 연맹은 누구라도 이러한 영문 소청 양식 사본을 얼마든지 사전에 취득, 지참할 수 있다.
국제연맹마다 소청 양식이 약간씩 다르겠지만 소청 신청 금(대개 20불미만)과 함께 소청 양식에 해당 종목과 해당 경기 참가 선수 명, 코치 명 및 서명, 그리고 날짜를 기입 필 한 후 해당 종목 경기장에서 그냥 감독관에게 제출하면 된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2부씩 영어로 무조건 경기 시작 전에 해당 종목과 관련된 소청 양식을 사전 대비용으로 작성해 가지고 몸에 지니고 있다가 소청의 경우가 발생할 경우 미리 작성 준비된 소청 양식 1부를 그 자리에서 제출하고 나머지 1부에는 제출 받은 감독관의 접수확인 서명 등을 받아 지참하고 있으면, 모든 소청 절차가 끝나게 되고 상응하는 결과를 떳떳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양태영 선수의 경우도, 만일 이러한 사전 준비가 있었더라면, 손쉽고 당당하게 점수가 수정되고, 당연히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나간 일에 대하여 누구를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생산적이 아니다.
양태영 금메달 유감 사건을 거울삼아 앞으로는 이러한 눈뜨고 코 베이는 억울한 사태는 유비무환 정신으로 철저히 대비해 나가기를 소망한다.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IOC위원)겸 당시 대한카누협회 회장 현지 스포츠외교지원 실화실록>
당시 Jacques Rogge IOC위원장 특별 게스트(Gi) 자격으로 초청받아 AD카드를 비롯하여 공식차량서비스를 포함 Athens2004올림픽 IOC위원 전용본부호텔인 아테네 힐튼호텔에서 준 IOC위원 대우를 받아가며 체제하면서 IOC위원들과 날마다 스포츠외교활동을 전개할 시절이었다.
대회 기간 어느 날 KOC부위원장 겸 명예총무를 역임한 최만립 당시 IANOS-APOSA국제생활체육연합회 회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통화요점은 아테네올림픽 한국대표선수단 임원으로 현지에 온 당신 이기흥 대한카누연맹회장에 대한 스포츠외교지원 요청이었다.
사연인 즉, 국제카누연맹(ICF: International Canoe Federation)회장 및 사무총장과 만나려고 이 메일과 전화통화 시도를 반복했지만 답신(feed-back)이 종무소식이니 이기흥회장이 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필자는 쾌히 승낙하고 이기흥회장이 필자투숙 힐튼호텔로 오면 즉시 만남을 주선하겠노라고 하였다.
그 다음날 당시 이기흥 대한카누협회장은 힐튼호텔로 방문하였으며 한국선수단 임원차량을 가지고 왔으므로 필자가 별도로 올림픽패밀리 배정차량을 요청할 필요가 없어 이회장 차량으로 즉시 올림픽 카누경기가 열리고 있는 카누경기장으로 향했다.
사전에 ICF회장 및 사무총장에게 별도의 연락을 취하지 않은 까닭은 올림픽 기간 중 그들의 핵심일상업무가 올림픽카누종목 경기운영 총괄지휘감독이기 때문에 그들은 무조건 카누경기장 임원실에 상주하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ICF회장 및 사무총장은 김운용 IOC부위원장이 GAISF(Global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Federations: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회장시절 항상 보좌했던 필자를 카누경기장 임원실로 이기흥회장과 함께 들어서자 먼저 필자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 주었다.
(좌로부터 Jose Perurena Lopez 당시 ICF사무총장, 이기흥 당시 대한카누협회회장/현 대한체육회장 겸 IOC위원, 당시 독일출신 ICF회장, 필자)
필자는 이기흥회장을 이들에게 소개하면서 돈독한 협조관계유치를 요청하였으며 Athens2004올림픽 직후인 2004년 가을에 한국에 초청토록 이기흥회장에게 제안하도록 자문하고 통역도 겸하였다.
대한카누협회입장으로는 국제연맹회장 및 사무총장이 방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카누 스포츠외교에 도움이 되는 프리미엄 급 국제스포츠외교활동이 되기 때문이었다.
ICF회장 및 사무총장에 대한 방한초청이 이루어졌지만 이회장은 필자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대한수영연맹회장이 되었다가 2017년 2월 대한체육회장이 되었고 2019년에는 NOC자격 IOC위원이 되어 있었다.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회장은 필자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당시 ICF회장은 독일 출신이었으며 사무총장은 스페인 출신 Jose Perurena Lopez(1945.4.4일생)였는데 동 사무총장은 뒤이어 ICF후임회장으로 선출되었으며 10년 뒤인 2011년 IOC위원이 되어 4년 뒤 2015년에는 70세 IOC위원정년에 이르렀지만 2014년 국제월드게임협회(IWGA: International World Games Association)회장에 당선됨으로 2015년 올림픽헌장 신 규정(Olympic Agenda2020)에 힘 입어 Thomas Bach IOC위원장의 후광으로 IOC위원임기가 4년 연장되었다.
그는 2019년 IOC위원임기는 끝내지만 ICF 및 IWGA회장 직은 유지하고 있다.
(좌로부터 Jose Perurena Lopez ICF 및 IWGA회장 겸 스페인 IOC위원, 필자, Mariso Casado 국제트라이애슬론 연맹회장 겸 스페인 IOC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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