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칠세부동석’의 성의식이 배어있는 ‘동방예의지국’의 가치판단으로는 확실히 충격(shocking)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선수들의 요람이자 합숙훈련장인 태릉선수촌에서 남녀 구분된 별도의 숙소를 쓰고 남녀선수들의 공공연한 교제도 금기시하던 우리선수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랬으리라.
물론 태릉선수촌에서 남녀대표선수들 간에 로맨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문은 접한 바 있었지만 만리타국에서 4년간 갈고 닦은 기량을 세계무대에서 선보여 국가와 선수개인의 명예를 추구해야 할 올림픽선수들이 과연 그러할까 의문이 제기되었다.
당시 필자는 실제상황 점검 차 올림픽선수촌 숙소지역(Residential Zone)내에 위치한 의무실(Medical Clinic)을 방문하였다. 그곳에서 자원봉사인 듯한 노르웨이 여성에게 ‘호기심 반 의구심 반’으로 올림픽선수촌 안에 콘돔이 존재하고 배포하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빙그레 웃으며 몇 개 나 필요하냐고 되물으면서 그 충격적인 콘돔을 꺼내 보이는 것이었다.
문화적 충격이라는 말은 그럴 때를 대비해서 생겨남 말 같았다. 그야말로 ‘올림픽 콘돔’과 ‘처녀상봉’ 한 순간이었다. 그 올림픽 콘돔은 릴리함메르 마스코트와 로고가 사각형태로 예쁘고 앙증맞게 각인된 채 포장되어 있었다. 무늬와 색상도 과감했다. 그것은 필자의 신성한(?) 손위로 날름 올려졌다. 발음하기도 쑥스러웠던 콘돔이 올림픽과의 동거를 선언한 순간이기도 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비공식 집계를 갖고 있던 한 조직위원회 관계자가 세계적인 위생용품 업체인 안셀(Ansell)에서 시드니올림픽선수촌으로 공수했던 10만개의 콘돔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며칠 만에 소진되자 추가로 40만개를 긴급 공수했다고 필자에게 알려주었다.
올림픽대회 참가선수 1만500명과 임원진을 포함 약 1만5천명이 올림픽 전체참가 인원이었는데 이것을 개인별로 평균해서 나누어 보면 1인당 33개씩 사용했다는 결론이다. 만약 선수들만 사용하였다고 가정한다면 1인당 약50개씩 애용(?)했다는 결론이다. 비공식적이고 통계상의 수치이므로 꼭 믿을 필요는 없겠지만 엄청난 소비임에는 틀림없다.
올림픽 성문화와 에이즈퇴치 운동의 절묘하고 기가 막힌 타이밍이 주된 원인중의 하나이리라.
근대올림픽 부활주창자인 쿠베르탱남작이 들으면 격세지감, 대경실색, 경천동지, 오호통재일 것이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참가했던 필자는 가히 폭발적이었던 올림픽콘돔 사용실태와 추세에 대하여 수소문해 보았다. 그러나 정말 의외의 소식을 접했다. 올림픽콘돔이 전혀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호기심은 반드시 풀어야 하는 법!
필자와 평소 친한 올림픽고위관계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올림픽콘돔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평소 절친한 외신기자들도 고개만 갸우뚱할 뿐이었다. 드디어 무불통지의 모 스포츠지도자와의 칵테일회동 시 ‘올림픽콘돔 토리노 현지 실종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추정이유는 간단명료 그 자체였다. “이태리는 가톨릭 국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콘돔이 최근 외신을 타고 흥미로운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 콘돔 겉봉에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힘차게’(Citius, Altius, Fortius: Faster, Higher, Stronger)라는 공식올림픽표어(Olympic Motto)문구가 영문과 중문으로 새겨져 있다고 한다. 과연 IOC와 사전협의를 거쳤던 던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윤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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