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된다.
올림픽유치경쟁은 가장 구체적인 "스포츠외교 전쟁"이다.
신라시대 원광법사가 신라대표 화랑 귀산(貴山)과 추항(箒項)에게 내린 세속오계는 화랑도의 신조(credo)가 되어 삼국통일의 기초확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사군이충(事君以忠: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긴다)·사친이효(事親以孝:효도로써 어버이를 섬긴다)·교우이신(交友以信:믿음으로써 벗을 사귄다)·임전무퇴(臨戰無退:싸움에 임해서는 물러남이 없다)·살생유택(殺生有擇:산 것을 죽임에는 가림이 있다)이 바로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운 세속오계다.
이중 "임전무퇴"정신은 국가대표 선수나 스포츠 외교관이 무장해야 할 신조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올림픽유치경쟁은 올림픽유치후보도시가 속해 있는 국가수반(대통령, 수상 등)이 진두지휘해 가며 치러내는 현대 판 세계대전이기도 하다.
2012년 올림픽유치경쟁에서 승리한 런던은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수상을, 패배한 파리는 자크 시락 프랑스대통령을, 역시 패배한 마드리드도 후앙 카를로스 스페인국왕을 유치경쟁 선봉에 내세운 바 있다.
2014년 동계올림픽유치전에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내세운 흑해 연안의 인프라가 보잘 것 없고 IOC실사평가 결과 최하위였던 소치(Sochi)가 IOC실사평가 1위였고 올림픽운동 발전에 가장 이상적이었던 대한민국의 평창을 누르고 2014년 동계올림픽개최도시로 선정되었다.
2016년 올림픽유치 경쟁에서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을 앞세운 리오가 오바마 미국대통령부처가 유치전 막판에 현지합류한 시카고(초반 최하위 탈락),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본총리를 내세웠지만 패배한 도쿄(초반 탈락), 후앙 카를로스 스페인국왕부처가 분전한 마드리드(결선에서 리오에 석패)를 모두 무너뜨리고 최후 승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2012년 런던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한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수상처럼 오바마 미국대통령이나 후앙 카를로스 스페인국왕이나 일본 총리보다 인기도 면이나 IOC위원들에 대한 어필정도가 출중해서 리오가 2016년 올림픽개최도시로 선정되었을까?
척박한 국제 스포츠 세계의 냉혹한 환경을 극복하고 값진 승리를 일군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Rio de Janeiro)의 2016년 올림픽유치 성공을 다시 한 번 축하하고 싶다.
2009년 리오유치의 일등공신인 Carlos Arthur Nuzman 리오유치위원장 겸 IOC위원 겸 브라질 NOC위원장은 살신성인하는 자세, 초지일관한 열정과 유머 그리고 인간적인 채취가 물씬 풍기는 스킨쉽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2012년 리오 예선 탈락 발표 직후 브라질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던
그 모습이 4년 후인 2009년 10월 코펜하겐에서는 백전불굴의 투지와 집념으로 고진감래의
환희에 찬 모습으로 환골탈태하여 보는 이의 가슴을 뿌듯하게 해 주었다.
2001년 당시 2008년 올림픽 IOC평가위원회 같은 위원으로서 몇 개월간 5개국 5개 올림픽유치도시들
(베이징, 오사카, 토론토, 이스탄불, 파리)을 실사 평가 차 방문하며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료이기도
했기에 남다른 감회와 기쁨이 교차했다.
당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영접하고 있음/ 맨 좌측이 Rio 2016 유치위원장 겸
브라질 IOC위원 Carlos Nuzman, 중앙이 IOC평가위원장 Hein Verbruggen,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악수 중인 필자)
코펜하겐 IOC총회현장에서 만났던 여러 명의 IOC위원들은 리오의 승리 직후 2018년 평창의
동계올림픽유치 성공을 위하여 리오를 벤치마킹하라고 우정 어린 충고를 하여 주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수뇌부가 코펜하겐에서 자크 로게 IOC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로게 IOC위원장은 “평창이 열심히 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리오를 벤치마킹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당초 리오는 IOC평가위원회 보고 내용 상 경쟁도시들에 비해 여러 가지 잠재적 문제점이
세계 언론 등에 부각될 정도의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고 열성적인 맨투맨 IOC위원
개별공략과 IOC출범(1894년 6월23일) 11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남미에서 올림픽개최가
결정된 바 없다는 리오의 올림픽 역사적 유치 당위성 등도 크게 어필되었다.
실제로 코펜하겐 IOC총회 첫날 투표 전 실시된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리오는 화면에 그려진
세계지도위에 역대올림픽개최 현황도표(유럽 30회, 북중미 12회, 아시아 5회, 오세아니아 2회) 등을
브리핑해 가며 올림픽운동의 건전한 확산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남미대륙에서도 올림픽이
반드시 개최되어야 한다고 Nuzman유치위원장이 동료 IOC위원들에게 호소하였다.
드디어 남미대륙에도 “1”이란 숫자가 빛을 발하고 있음)
2018년 동계올림픽 3수도전에 나선 평창의 경우도 20년 만에 아시아 대륙에 복귀하는 동계올림픽이란
점을 부각시키는 데 기술적 외교 심리적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올림픽유치경쟁은 스포츠외교전이다.
리오2016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리오유치위원장 겸 브라질 IOC위원으로서 동료IOC위원들간에 인간적으로 심정적으로 어필된 Carlos Nuzman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동료IOC위원들간에 인간적 매력과 신의와 우정이 돈독한 세계 최고의 스포츠외교관들 중 한명이다.
스포츠외교력을 앞세운 국제 스포츠 계에서 특히 자국이익이 걸린 올림픽유치경쟁에서 적용되는 원칙은 "인정 사정 볼 것 없다."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13년 차기 IOC위원장으로 가장 유력한 IOC수석부위원장Thomas Bach가 유치위원장으로 있는 뮌헨2018과 동계올림픽발상지 겸 근대올림픽창시자(쿠베르탱 남작)의 조국인 프랑스의 안시2018을 꺽을 수 있어야 한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도시 선정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평창2018은 유치실사내용은 물론 올림픽운동 발전과 동계스포츠 세계확산이란 명분 면에서 세계최강이다.
그러나 올림픽개최도시선정은 수능성적과 명분싸움이아니다.
올림픽개최도시 선정의 관건은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언급한 대로 유권자들인 IOC위원들에 대한 "인간적 요인"(human factor)이 결정요인이다.
남은 기간동안 IOC위원들 개개인에 대한 맨투맨 득표작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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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석태 스포츠부 차장대우
하지만 로게 위원장의 역점 사업인 만큼 이번 대회엔 거의 모든 IOC 위원이 참석했다. 그에 따라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노리는 한국·독일·프랑스 세 나라의 스포츠 외교전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선두 주자로 꼽히는 독일 뮌헨은 공동 유치위원장인 피겨 스타 카타리나 비트가 전면에 나섰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인 비트는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스포츠 지도자들을 만나 뮌헨의 장점을 열심히 홍보했다. 그는 이번 청소년 올림픽의 핵심 주제인 '승부보다 친선'을 2018년 동계올림픽 때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김연아가 오서 코치와의 불화로 국제 스포츠계에서 좋지 않은 인상을 주고 있던 때여선지 비트의 활동은 더 돋보였다.
독일은 토마스 바흐 IOC 부위원장의 위세가 특히 대단하다. 그는 2013년 10월로 임기가 끝나는 로게 위원장에 이어 차기 IOC 위원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사람이다. 로게 위원장은 며칠 전 독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바흐 부위원장이 차기 IOC 위원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차기 위원장에 대한 로게 위원장의 첫 공식 언급으로 바흐 부위원장을 은근히 지원한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바흐 부위원장은 "차기 위원장을 얘기하기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몸을 사렸다. 자신이 IOC 위원장에 도전함으로써 혹시 뮌헨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쁜 영향을 주지나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로게 위원장은 "뮌헨의 동계올림픽 유치와 IOC 위원장 선거는 별개다. 뮌헨이 승리한다고 해서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도 이건희 IOC 위원과 조양호 평창유치위원장,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그리고 문대성 IOC 위원 등이 총출동해서 유치활동을 펼쳤다. 그런데 평창유치위에서는 "이번 대회에서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벌이는 것은 IOC 규정에 위배되므로 '유치활동'이란 표현은 자제해 달라"고 국내 언론에 요청했다. 거리낌 없이 공개적으로 동계올림픽 유치를 거론하는 독일과는 다른 분위기로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체육회와 정부는 요즘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과 대한복싱연맹 간의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AIBA는 지난 7월 2011년 11월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선수권 개최지를 아제르바이잔으로 변경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엔 "오는 9월 10일까지 대한복싱연맹이 새 집행부를 구성하지 않으면 AIBA 회원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통고했다. 스포츠 외교 분야에서 요즘 우리 상공은 저기압인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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